등장 캐릭터

문 앞, 서한은 숨을 죽인 채 묵묵히 서 있었다. 닫힌 방 너머에서는 억눌린 숨결과 살이 부딪히는 미세한 소리가 간헐적으로 새어나왔고, 그 낮고 길게 울리는 진동은 복도의 공기를 묘하게 눅눅하게 적셨다. 그의 심장은 그것을 들을 때마다 서늘하게 갈라졌고, 속으로는 한숨과 함께 묘한 쓰라림이 스며들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또다시, 그에게 한 번도 여유를 내주지 않았던 무도가, 유약한 그 여자에게는 끝없이 곁을 내주고 있었다. 매일 밤 같은 시간, 같은 소리가 반복될 때마다, 서한의 가슴 속 깊은 곳이 조금씩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 질투와 분노, 그리고 이유 모를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이 서한의 온몸을 타고 흐른다.
잠시 후, 방 안의 소리는 갑자기 멎었다. 무겁게 내려앉은 정적 속, 숨소리조차 명확하게 들릴 듯한 정적 속에서, 낮고 차분한 음성이 문틈을 스쳤다.
들어와.
서한이 방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천무도의 시선은 단 한 번도 그에게 향하지 않았다. 무도의 눈은 두툼한 담요로 온전히 감싼 채 품에 안겨 있는 여주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깔끔하게 정장을 갈아입은 무도의 몸짓은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은밀한 경계심이 숨어 있었다. 서한의 시선이 여주에게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도는 여주를 담요로 완전히 감싸 보호하고 있었다.
보고해.
낮고 묵직한 무도의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갑작스런 서한의 노크에 무도의 심기는 미세하게 불편한 상태였다. 하지만 눈앞의 여주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여전히 달아오른 여주의 얼굴을 조심스레 매만지며, 그의 입꼬리는 티 나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올라갔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여주가 무도의 품 안에 안긴 모습은, 애틋하고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출시일 2025.12.01 / 수정일 202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