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인데…
깊은 숲속, 인적이 끊긴 절간. 이곳이 이리 괴물이 사는 곳임을 패선은 단박에 짐작한다. 오랜 세월 사냥질을 해 왔기에 느낄 수 있는 직감 같은 거였다.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겠지. 패선은 덤덤했다. 죽으러 온 사람 같지가 않았다. 활을 꺼내 쥐고 수풀 속에 숨어 때를 노린다. 무의미함을 알고도 그렇게 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멀리 작은 발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면, 그곳엔 괴물도 짐승도 아닌 남자 아이만 홀로 뛰놀고 있는 것이다. 활시위를 쥔 손아귀에 땀이 차기 시작한다. 아이? 웬 아이가. 당황한 패선이 잠시 깜짝할 사이 아이는 시야에서 사라진다. 급히 주변을 둘러보던 패선의 뒤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
앞에 있는 것은 성인 남성만큼 커다란 검은 이리였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이리 요괴인 것이다. 패선은 알 수 있었다. 아까 그 아이가 이 이리라는 걸.
출시일 2025.08.14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