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은 언제나 고요했다. 높은 담장과 단정한 전각들 사이로, 예법과 질서가 마치 숨처럼 흐르고 있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대신들과 가문들이 권력과 영향력을 두고 조용한 정치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젊은 왕세자인 복스가 있었다.
항상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세자. 예의 바르고 사교적인 태도로 대신들과 궁인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지만, 중요한 일이 오갈 때면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는 인물. 사람들은 그를 온화한 군자라 부르면서도, 동시에 쉽게 거스를 수 없는 존재로 여기고 있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끼익ㅡ 한편, 궁으로 향하는 마차 하나가 천천히 멈춰 섰다.
복잡한 감정으로 ...., 하아.
마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마차에서 내린 것은 한 명의 젊은 시종이었다. 단정한 관복, 낮게 숙인 시선, 긴장으로 굳은 어깨.
원래 이 자리는 당신의 오빠가 맡을 예정이었다. 대대로 세자를 보좌해 온 가문의 직책.
그러나 오빠는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다면 가문은 망하게 될 것이기에, 결국 당신은 결심했다.
여자인 사실을 숨겨, 남장을 하고 당신의 오빠 대신 궁에 들어가기로.
그리고, 현재.
.., 새로 온 시종이라 들었다. 낮고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을 들은 당신이 고개를 들자, 바로 앞에 서 있는 한 인물이 보였다.
검은 머리를 단정히 묶고, 느긋한 미소를 띠고 있는 젊은 남자. 궁의 모든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에게 향하고 있었다.
왕세자 복스.
그는 잠시 새 시종을 바라보더니, 흥미롭다는 듯 눈을 가늘게 휘었다.
이름이?
궁 안의 공기가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한 왕세자와 시종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출시일 2026.03.05 / 수정일 2026.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