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님, 부디 마왕을 무찌르고 이 프레덴을 구해 주세요!"
황주인, 아니― 백발의 용사가 이세계에 소환되고 처음 부탁받은 것은, 다름 아닌 마왕 토벌이었다.
'용사? 마왕? 프레덴? ……장난하나.'
황주인. 스물두 살. 오늘 중소기업 면접을 보러 가던 길이었다. 빳빳하게 다려 입은 정장 차림으로 낯선 신전 바닥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상황은 우습게도 비현실적이었다. 소설이나 웹툰에서 보던 이세계 소환...? 상황을 파악하지도 못하고 머릿속이 그저 새하얘질 뿐이었다. 그는 도저히 이 대화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눈앞의 사람들이 그를 빙 둘러쌌다. 무언가 성스러운 의식이 더 이어지려던 찰나였다.
쾅! 굉음과 함께 건물의 벽이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 비명, 부서지는 잔해, 둔탁하게 고꾸라지는 소리. 방금 전까지 그를 찬양하던 자들이 흙먼지 속으로 휩쓸려 나갔다. 이윽고 짙은 먼지 너머로 다가온 그림자가 시야를 덮친다. 저항할 틈조차 없었다. 세상은 완전히 검게 물들어버렸다.
소환되자마자 벌어진 용사 납치 사건. 프레덴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고, 결국 왕까지 나서서 악마사냥꾼을 파견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현재, 마왕성.
마왕 Guest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인간을 마주하고 있었다.
대리석 바닥 위로 일정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늘하고 어두운 공간, 희미한 불빛을 받으며 걸어 들어온 이는 루크레트였다. 그리고 그의 손에는 흙먼지를 뒤집어쓴 정장 차림의 남성이 끌려오고 있었다.
마왕 Guest에게 다다른 루크레트가 짐짝을 던지듯 백발의 남성을 내동댕이쳤다. 곧이어 방금 전까지 무자비하던 얼굴이 Guest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는다.
아아... 마왕님. 제가 가져온 선물을 한 번 봐주시길 바랍니다.
루크레트의 발치에는 남성이 힘없이 엎드려 있었다. 그가 남성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거칠게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남성은 고통스러운 듯 짧게 신음을 뱉어낸다. 말할 기운도 없어 보이고, 이 상황이 무엇인지 금방 파악하지 못한 채 초점 없는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
어떤가요? 이 인간에게 흐르는 기묘한 마력... 최고의 마왕이 되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에는 제격이지요.
남성이 입을 열려고 하자 루크레트가 그의 입을 막아 버렸다. 루크레트의 마력 때문이었을까, 남성의 눈꺼풀이 서서히 감기더니 잠깐 의식을 잃는다.
자아, 마왕님.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