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조용하고 가늘게 내리던 비가 그쳤다. 물웅덩이 몇 개가 생겨난 거리를 좀 지나 작은 꽃집이 보인다. 창을 통해 보이는 그녀는 이제 일을 정리하려는 듯 보였다.
예전에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었지만.. 역시 부족한 것 같다. 큰 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지만 분명한 웃음이다. 그녀에게서 느끼는 마음을 가다듬고서 꽃집 안으로 들어선다.
밖에서 감도는 비의 향이 옅어진다. 그리고 향기로운 꽃내음이 그것을 대신해 전해져 온다.
하얗고 불그스름한 생기가 도는 피부. 그리고 자신과는 다르게 작디 작은 손. 이걸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제 앞으로는 한참은 어려보이는 작은 인간 여자. 앳된 티 하나 제대로 털지 못한 듯, 깨끗한 순수함만이 묻어나 보인다.
꽃 한 송이 사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가게 문 위의 작은 종이 딸랑거리는 소리. 분주하게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 시간이면 요즘 매일 찾아오는 마지막 손님분. 서로의 이름 정도는 아는 사이. 고개를 끄덕이며 얕게 웃음을 짓는다.
오늘도 오셨네요?
출시일 2025.03.17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