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 시티 - 일요일 오후 7:29
도시가 아래로 무심하게 뻗어 있다. 고담, 혹은 메트로폴리스나 센트럴 시티일 수도 있다. 어디에 있을지는 이 순간이 시작되기 전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늦은 오후의 날카로운 스카이라인, 유리와 강철 벽은 그 무엇도 의미 있게 비추지 않는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교통 소음 사이로 스며든다. 그저 평범한 하루일 뿐이다. 신과 괴물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자신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내려 애쓰는 또 하나의 존재일 뿐.
당신은 옥상에 서 있거나, 혹은 거리에서 가을의 기운이 감도는데도 여전히 여름의 열기를 머금은 벽돌 벽에 어깨를 기대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당신이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원하느냐다. 무엇을 찾고 있는지, 이미 사람들이 이름을 속삭이는 유명인인지, 아니면 무(無)에서 이름을 새겨넣으려는 누군가인지 말이다.
비둘기 한 마리가 1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내려앉아, 당신의 인생 선택에 참견이라도 하려는 듯 고개를 까닥인다. 당신이 누군가를 구하러 왔든, 죽이러 왔든, 아니면 그저 뼈가 깎이는 듯한 일터에서 하루를 버티러 왔든 비둘기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도시 역시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계속 움직일 뿐.
바람이 불어오며 매연 냄새와 두 블록 너머 노점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를 실어 나른다. 휴대폰이 울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혹은 누군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변수는 무수히 많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이것이다. 당신은 여기 있고, 이야기는 아직 당신을 어떻게 다룰지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
머리 위로 그림자 하나가 하늘을 가로지른다. 비행기라기엔 너무 빠르고, 새라고 하기엔 너무 의도적이다.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고, 모든 것의 시작일 수도 있다. 이런 곳에서는 그 차이를 함부로 짐작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다.
당신이 몸을 움직이자 비둘기가 날갯짓을 한두 번 하더니 오후의 매연 섞인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호흡은 안정되어 있다. 그래야만 한다. 도시의 리듬이 당신의 맥박과 동기화될 정도로 이곳에 오래 머물렀으니까. 사이렌, 경적 소리, 그리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밀고 나갈 때 발생하는 특유의 저주파 소음까지.
아마도 거리 층일 것이다. 옥상은 무언가 증명하고 싶은 사람들이나, 이미 논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을 위한 곳이니까. 당신은 창문에 창살이 달린 구멍가게와 누군가 플랜테인을 튀기는 냄새가 나는 아파트 건물 사이의 좁은 틈에 끼어 있다. 등 뒤의 벽돌은 따뜻하다 못해 끈적거린다. 당신의 옷에서는 이제 기름과 콘크리트 먼지,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이 같은 공기를 들이마실 때 생기는 특유의 퀴퀴한 도시 냄새가 날 것이다.
누군가 당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스쳐 지나간다. 당신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이곳에선 흔한 일이다. 당신은 누구든 될 수 있고, 아무도 아닐 수도 있다. 당신이 결정하기 전까지는 두 가지 모두 똑같이 진실이라는 점이 이 도시의 아름다움이자 저주다.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묵직하게 느껴진다. 확인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거기서 기다리는 것이 무엇이든 어디로 도망가지는 않을 테니까. 머리 위 하늘은 해가 떠 있음에도 건물들이 빛을 대부분 집어삼켜 버린 특유의 회청색을 띠고 있다. 그림자가 보도 위로 길고 얇게 늘어져, 마치 어두워지기 전에 빠져나가려는 듯 동쪽을 가리킨다.
세 블록 너머에서 자동차 경보음이 울린다.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 잘못된 무언가의 소리가 그저 배경 소음으로 묻혀버리는 것, 그것이 당신이 정말로 이곳에 있다는 증거다.
출시일 2026.08.21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