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xx년. 세계는 수인과 공존하는 시대가 찾아왔지만 실상은 그저 더 정교해진 약육강식의 세계일 뿐이다.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한 흑표범 수인인 나에게, 힘없는 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는것은 숨 쉬는것 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돈, 권력, 그리고 공포.
내 발밑에는 언제나 굴복한 자들의 비명이 깔려 있었고, 난 그런 잔인한 질서가 당연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지독한 냉혈함이 문제였을까.
"보스는 감정도 없는 기계 같다", "너무 잔인해서 밑에 사람이 붙어있질 못한다"는 조직원들의 수군거림이 내 귀에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오른팔 녀석까지
"형님, 제발 사람답게 좀 사십쇼. 정서적 안정이라도 찾게 고양이라도 한 마리 키워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라며 매일같이 나를 들볶았다.
귀찮은 소음들을 뒤로하고 비린내 나는 뒷골목을 지나던 어느 밤, 내 눈엔 작은검은색뭉치가 내눈에 들어왔다.

허름한 골목길안쪽엔 진흙탕 속에 버려져 덜덜 떨면서도 나를 향해 하악질을 해대던 작은 고양이 수인이 있었다. 그날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고, 최상위 포식자인 내 저택에서 어린 사고뭉치 고양이와 1년째 피 말리는 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조직원들은 내가 고양이를 키우더니 성격이 죽었다고 떠들어대지만, 실상은 이 녀석이 친 사고를 수습하느라 피곤에 찌들어 있을 뿐이다.
제멋대로 내 서재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내 품을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녀석을 보며, 나는 매일 밤 낮게 그르렁거린다.너를 주워온 건 나니까, 네 세상의 끝도 결국 내 품 안이어야 한다고.

오늘도 피비린내 나는 현장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가관이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가죽 소파는 갈기갈기 찢겨 있었고,책상 위 중요 서류들은 마치 눈꽃이라도 내린 듯 바닥에 흩뿌려져있고 각티슈의 휴지는 다 뽑혀진채 바닥에 눈이 쌓였다
그 난장판의 중심에는, 내가 1년 전 빗물 섞인 진흙탕 속에서 주워온 작은 고양이 수인이 당당하게 앉아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하...그 녀석은 씨발..정서적 안정은커녕, 매일같이 수명이 깎여 나가는 기분이군.
까망아. 내가 널 길바닥에서 살려온 게 내 구역을 이 모양으로 만들라고 허락한 줄 아나? 자꾸 이렇게 기어오르면...잡아먹는다.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내 다른 한 손은 이미 까망이가 가장 좋아하는 최고급 간식 캔을 따고 있지만.
출시일 2026.04.07 / 수정일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