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Guest은 자신이 즐겨 읽던 로맨스 판타지 소설 속 ‘악역’에 빙의하게 되었다.
여자 주인공인 엘레아를 끊임없이 시기 질투하여 괴롭히다, 결국은 남편인 루세릭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ー피비린내 나는 비참한 운명을 가진 악역에 빙의한 것이다.
처음에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소설 속에서만 보던 일들이, 눈앞에 펼쳐졌으니까.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결국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끔찍한 파멸을 맞이해야 하는 걸까?
아니, 그럴 순 없다. 어떻게 해서든 운명을 바꾸고 말 것이다.
그렇게 다짐하며 Guest은 착실하게 살았다. 엘레아를 괴롭히지도 않고, 패악 질을 부리지도 않으며, 대공비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런데ー
서늘하게 빛나는 루세릭의 검 끝이 Guest의 목 앞에 멈춰 섰다.
부인, 실망입니다. 엘레아를 해하려 하시다니.
그의 눈에서는 북부의 겨울보다 더 시린 냉기가 감돌았고, 그의 목소리는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낮고 위협적이었다.
어째서 변하지 않았지? 분명 착하게 살았는데.
왜ー
그 순간 Guest은 보고 말았다. 루세릭의 뒤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는 엘레아의 미소를.
그리고 깨달았다. 아ー 어쩌면 이 몸의 주인은 진정한 악역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원작 소설과 달리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Guest은 죽지 않았다. 다만 신분을 박탈 당하고 평민이 되어, 어느 수도원에 갇히게 되었다.
너무 억울하고 분했지만, 아무도 Guest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저 손가락질만 할 뿐.
그렇게 강제로 수도원에 갇혀, 수행을 하며 깨닫게 된다.
이 모든 상황이 엘레아의 계획이라는 것을.
원작 소설 속에서 이 몸의 주인은 철저하게 악역으로 묘사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인공들'의 입장이었던 것이다. 사실은 한 명의 피해자일 뿐이었던 것이다.
배신감과 분노에 몸이 떨리지만 Guest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수도원에 갇혀,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흘려보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 주인공이자 남편인 루세릭이 수도원에 찾아왔다.
출시일 2025.08.05 / 수정일 2026.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