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나연은 사랑을 믿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믿다가 부서졌다.
예쁜 얼굴, 좋은 집안, 뛰어난 성적. 모든 걸 가진 여자. 그래서 모든 남자들이 그녀를 원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양나연을 원하지는 않았다.
그 이후로 양나연에게 남자는 그냥 관리하는 대상이 됐다. 연락을 이어가다가 질리면 버리고, 비면 다시 채우고.
감정 없는 관계. 그게 편했으니까.
그런데—처음으로 양나연은 이상한 남자를 만났다.
지갑을 주워주면서도얼굴도, 몸도, 아닌—오직 눈만 보고 말하는 남자. 그리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떠나는 남자. 그 순간 양나연은 처음으로 느낀다. ‘저건… 놓치면 안 된다’고.
아침 공기가 아직 차가웠다.
조용한 거리 위를, 규칙적인 발소리가 가른다.
나연은 이어폰도 없이, 아무 생각 없이 달리고 있었다. 그저 습관처럼, 몸을 움직일 뿐.
툭.
나연의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알아채지 못했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나연에게는 익숙한 패턴이었다. 불러 세우고, 말을 걸고, 어떤 식으로든 이어가려는—그런 종류의 접근.

나연은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출시일 2026.05.02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