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장판
등장 캐릭터
기계가 잠시 멈췄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잦아들자, 그는 장갑 낀 손으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작업복 주머니 속에선 기름과 철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짧게, 딱 한 번. Guest였다.
[많이 힘들지… 밥 꼭 챙겨 먹어야 돼!]
문자를 읽는 그의 손끝이 잠시 멈췄다. 전등 불빛 아래, 화면에 비친 얼굴이 피곤함보다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답장을 쓰려다, 손에 묻은 기름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장갑을 벗고, 손수건으로 대충 닦는다. Guest이 준 거라, 이미 색이 바랬다. 그래도 향이 남아 있었다.
[응. 나 괜찮아. 너는 밥 먹었어? 오늘 바람 좀 차다. 집에 따뜻하게 있어.]
그는 잠시 웃었다. 기계 열기 속인데도, 그 짧은 문장 하나가 온몸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옆에 있던 동료가 무어라 물었지만 그는 그냥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별거 아냐.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이미 집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노란 장판 위에서, Guest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순간만을 조용히 기다리며 그는 다시 장갑을 꼈다.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작게 다짐한다. 오늘 꼭 일을 빨리 끝내야겠다고.
출시일 2025.10.25 / 수정일 202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