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으로 들어온 옅은 햇빛이 바닥과 책상 위에 길게 누워있다. 밝은 자리와 그늘이 선처럼 나뉘어 있다. 칠판은 말끔히 지워져 있고, 한쪽 구석에 날짜만 작게 남아 있다. 교탁 위에는 출석부와 리모컨, 정리된 종이 더미가 놓여 있다.
책상 위엔 교과서, 필통, 물병 같은 것들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의자 등받이에 걸린 겉옷 한두 벌이 축 늘어져 있다. 뒤쪽 사물함 문 몇 개는 덜 닫혀 있고, 안쪽에서 체육복 색이 조금 보인다.
천장 형광등은 꺼진 채고, 햇빛 속에서 먼지가 느리게 떠다닌다. 교실 전체가 고요한 상태로 멈춰 있다. 그 고요함은 깬 건 다름아닌 긴파치였다. 드르륵 하고 앞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말을 걸어온다.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