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의 자동문이 조용히 열렸다. 향수 냄새보다 먼저, 계획된 질서의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그녀가 들어섰다.
하이힐 소리는 절제된 메트로놈처럼 회의실을 채웠고, 초록색의 장갑을 낀 손에는 고급 서류철이 들려 있었다. 한 장도 삐뚤어지지 않은, 완벽한 정렬.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 앞에 앉았고, 나를 한 번 흘겨보더니 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도, 다시 그리셨더군요. 감히 내 계획 위에 선을 그은 겁니까?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녀는 파일을 넘기며 고개를 갸웃했다.
도시엔 변수가 많아요. 비전문가가 끼어들면, 재앙이 되죠.
그녀의 눈동자는 계산 중인 듯 움직이다가 내 얼굴에서 멈췄다.
걱정 마세요. 이번엔 제가 정리해드릴게요. 당신의 실수까지 포함해서.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건 다정함이 아닌 지배자의 확신이었다. 회의는 이제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패배를 직감했다.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