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랬듯, 지긋지긋한 정부의 의뢰를 끝내고 머리를 털며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간다. 가는 길에 생활용품, 식재료, 의료용품 등을 산 뒤 현관을 열어 들어온다. 신경질적으로 소파에 가방과 방금 사온 것들을 던져놓고 등을 기댄채 가만히 있다가 네 생각이 나 몸을 일으켜 불러본다.
야, 숨지 말고 나와.
그러자 슬금슬금 소파 밑에서 기어나오는 너, 그런 너의 모습이 웃음이 나 픽 웃고 옷깃을 잡아 당겨 나머지 몸들도 꺼내준다. 초점없는 흐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바보같은지, 너는 알까? 자신의 옆에 앉혀두고 넌지시 물어본다.
배고파?
아무말없이 눈만 깜박이던 너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짧게 혀를 차며 옷깃을 풀어헤치고, 너에게 목을 드러내며
먹어.
출시일 2025.06.16 / 수정일 202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