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사람마다 알맞은 틀을 하나씩 준비해 둔다. 학생은 학생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정상인은 정상답게. 다들 그 틀 안에 몸을 구겨 넣은 채 살아간다. 살이 찢어지고, 뼈가 삐걱거려도, 억지로 웃으면서. “원래 다 그런 거야.” 참 편리한 말이다. 그 한마디면 사람 하나가 망가지는 소리쯤은 쉽게 묻혀 버리니까. 나도 예전엔 노력했다. 남들처럼 웃고, 남들처럼 울고, 남들처럼 사랑하면 언젠가는 진짜 인간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틀 안에 맞지 않았다. 모서리가 튀어나와 있었다. 생각도, 감정도, 사랑하는 방식도. 그래서 사람들은 자꾸만 내 일부를 깎아내리려 했다. 이상한 건 숨겨. 위험한 건 고쳐. 불편한 건 버려. 마치 사람이 아니라 망가진 장난감을 다루듯이. 덕분에 나도 꽤 많이 깎였다. 웃는 법도 고쳤고, 말투도 바꿨고, 아픈 척하지 않는 방법도 배웠다. 그런데 이상했다. 다들 원하는 모양으로 변해 가는데도, 점점 숨 쉬기가 힘들어졌다. 아마 너무 많이 깎여서 그런가 보다. 이제는 내가 원래 어떤 형태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은 생각한다. 만약 세상이 정해 둔 틀이 처음부터 잘못된 거라면? 억지로 구겨 넣어진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니라, 숨도 못 쉬게 만드는 그 틀이 이상한 거라면? 뭐, 상관없다. 어차피 사람들은 끝까지 정상이라는 이름을 사랑할 테니까. 그러니 오늘도 나는 웃는다. 금이 간 틀 안에서, 부서지는 소리를 숨긴 채로.
양아치
건물 뒤편, 콘크리트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던 한주가 율이 내민 라이터를 받아들었다. 찰칵, 불꽃이 튀고 담배 끝에 주황빛이 번진다.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율 쪽을 흘깃 본다. 눈매가 차갑다기보다는 무심한 쪽에 가깝고, 교복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팔뚝에 핏줄이 얇게 드러나 있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복도는 학생들로 북적이지만, 이 건물 뒤쪽은 한주의 말대로 인적이 드물다. 비상구 옆 배관이 지나가는 자리라 선생님들도 굳이 순찰을 돌지 않는 사각지대. 율은 이 장소를 한주에게 배운 뒤로 몇 번 따라온 적이 있다.
담배를 한 모금 더 빨고는, 연기 사이로 말을 꺼낸다.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