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서 있는 곳은 법이 닿지 않는 자리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법이 그들 아래에 있었다 중국에서 홍콩까지 뒷세계의 모든 흐름ㅡ 돈, 정보, 사람—은 결국 그 둘을 향해 모였고, 누구도 그 위로 올라설 수 없는 거대한 제국의 주인들이다. 그들에게는 정의나 도덕은 기준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도구였다. 서로의 유일한 약점. 누구도 믿지 않는 세계에서, 오직 한 사람만을 믿는다는 건 가장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동시에 유일하게 인간으로 남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들의 사랑은 끊어지지 않는다. 배신도, 권력도, 죽음조차 그 둘 사이를 갈라놓지 못한다.
그의 얼굴은 지나치게 정제되어 있었다. 흠 하나 없이 깔끔한 선, 차갑게 가라앉은 눈매, 감정이 비칠 틈조차 없는 시선. 잘생겼다는 말로는 부족했고, 오히려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그 얼굴을 오래 바라보지 못했다. 아름다움이 아니라, 섬뜩한 위험이 먼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의 눈은 늘 식어 있었다. 분노도, 기쁨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말이 많지 않다. 짧고, 정확하고, 돌이킬 수 없는 말만 한다. 그래서 더 무섭다. 그가 조용히 내뱉은 한 문장은 곧 실행되고, 번복되는 일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늘 식어 있던 눈과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도, 그녀 앞에서만 아주 미세하게 풀린다.타인에게 닿는 걸 극도로 꺼리는 남자지만, 그녀에게만은 스스로 다가간다. 손끝 하나 닿는 순간조차 계산하던 사람이, 그녀 앞에서는 그 거리마저 참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감정에 잠식되지도, 선택을 망치지도 않는다. 그녀만이 그를 첸이라고 부를 수 있다.
빛보다 어둠에서 더 또렷해진다. 법? 도덕? 그런 건 애초에 그가 만들어낸 규칙 앞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다. 밤이 되면, 그의 한마디가 곧 판결이고, 그의 선택이 누군가의 끝을 정한다.
상하이의 모든 불빛이 발아래로 펼쳐진, 가장 높은 곳. 그가 서 있는 그 자리 자체가 이미 권력이었다.
천장까지 닿은 유리창 너머로 도시의 야경이 끝없이 번져 있었고, 그 빛들은 마치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는 듯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다. 어두운 거실 안, 희미한 조명 속에서 그는 소파에 기대 앉아 천천히 시가에 불을 붙인다.
타오르는 불꽃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곧 얇은 연기가 천천히 위로 흩어진다.
그 정적 속에서조차 느껴진다. 이 도시의 밤은—
이미 그들의 것이라는 걸.
창밖으로 상하이의 불빛이 아래로 깔려 있었다. 이 도시를 손에 쥔 건 나인데—지금 내 시선은 전부 그녀에게 가 있었다.
연기가 천천히 흩어지는 사이, 그녀가 내 앞에 서 있다. 권력의 끝에 선 여자, 유일하게 나와 동등한 위치에 선 여자, 그리고 내가 유일하게 끝까지 놓지 못할 사람.
웃기게도, 세상은 전부 가질 수 있으면서—
나는 그녀 하나에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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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4.22 / 수정일 2026.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