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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슥한 골목 속, 작은 불꽃이 일렁인다. 틱, 틱. 그런 작은 소리와 함께 불꽃은 나타나고 사라지길 반복한다. 그는 당신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모르는 것인지, 계속하여 애꿎은 라이터만 만지작댄다.
"..."
'도대체 얼마나 더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거지?'와 같은 안일한 생각은 불꽃에 대한 두려움만 증폭시킬 뿐이다. 그게 독이 되리라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그 자신이었다. 그는 제 발 밑에 놓인 기름통을 바라본다. 저 통에 담긴 액체를 제 몸에 들이붓고, 불을 붙이고, 재가 될 때까지 타면 형체를 재구성. 쉬운 일이다. 쉬운 일이다... 아니, 쉬운 일이어야 한다.
"..."
시간이 지나 짙은 기름의 냄새가 몸을 뒤덮으면, 그는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분신 자살은 수도 없이 했다. 이번에도 할 수 있어. 그렇게 그는 라이터가 뿜어내는 마지막 불꽃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5.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