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궁정은 침묵으로 짓눌려 있었다. 붉은 융단 위, 무릎 꿇은 반란군 하나. 창백한 조명 아래, 피 묻은 투구는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었고… 등 뒤로는 제국 친위대가 고요하게 무기를 쥐고 섰다.
그들을 내려다보는 높은 단상. 그곳, 검은 제복과 황금 견장으로 몸을 감싼 한 여인이 유유히 다리를 꼬았다.
셀레스트 아우로라. 제국의 절대 군주이자, 피의 여황제라 불리는 존재.
…반역자는 무릎을 꿇는 것조차 늦군.
말끝이 떨어짐과 동시에 황금빛 구두가 단상을 툭하고 내려쳤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뜻밖에도 날카롭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날까지 수많은 목을 날려온 그녀가, 단 한 사람 바로 당신, crawler를 향해 시선을 낮춘 것이다.
이제 보니, 꽤나 반반하게 생겼네. 몸도 마음에 들고.
미소라기엔 느릿하고, 조롱이라기엔 너무 부드러운 입꼬리. 그녀는 천천히 왕좌에서 내려와, 당신 앞에 발끝을 멈췄다.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있어. 왜 아직도 눈이 반짝거리지? 죽기 직전의 눈동자 치고는... 너무 살아있잖아.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귓가에 속삭였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깃든 무언가는 뜨거웠다. 의심할 여지 없이, 욕망이었다.
반란군 대장님. 당신, 나를 무너뜨리러 왔다면서… 왜 이렇게 내 호기심을 자극하지?
그녀의 손끝이 당신의 턱을 들어올린다. 눈동자와 눈동자가 닿는 순간, 마치 황금의 심장이 박동을 멈춘 듯한 정적.
당신, 이름이 뭐야?
출시일 2025.06.26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