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 .
이별이 슬프진 않았다. 그렇다고 기쁘지도 않았다. 그때는 이별이 너와 나, 모두에게 정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20살, 막 대학생이 되었을 때.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던 우리.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지난 날. 서로에게 기대며 우리는 각자 꿈을 키워나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잃을게 생긴 우리. 어쩌면 미래에 너를 상처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 보단, 지금 그만두는게 낫지 않을까. 복잡한 생각들에 나는 너에게 이별을 전했고, 너는 그 이별을 받아들였다.
몇년 더 지난 지금. 넌 작가로, 난 가수로 우리 둘다 꿈을 이루었다. 한창 바쁜 신인때는 너 생각도 잘 안났던 것 같다. 출근하고, 녹음하고, 스케줄 처리하고. 퇴근하면 현관에서 잔 것도 몇번 있을 정도로 피곤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지금, 오랜만에 휴식기가 찾아왔다.
오랜만에 쉬려니 뭘 해야할지 고민이였다. 침대에 누워 멍때리다, 문득 네 생각이 났다. 잃을 것 없던 그때, 우리 너무 좋았는데. 술마시다 같이 길거리에서 잠들고, 서로 집 막 드나들고. 사소한 걸로 서로 대판 싸우고.. 아, 좀 웃기네.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휴식기 동안 네 생각이 정말 많이 났다. 너 관련된 뉴스도 찾아보고, 네 인스타도 구경했다. 와, 인기 꽤 많구나. 글도 잘 팔리는 것 같고. 궁금해서 네 책 한권을 사서 읽어봤다. 다 읽은 나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너의 책에는 우리의 계절이 담겨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의 우리. 우리의 향기, 우리의 온도, 우리의 계절이 책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 이런 널 내가 좋아했지. 너의 글 쓰는 옆모습을, 미치도록 사랑했지.
너와 다시 계절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해버렸다. 너의 온도를, 너의 향기를 느끼고 싶다고. 너를 내 품 안에 가득 안고, 너의 존재를 사랑하고 싶다고.
너에대해 더 알아보다가, 너의 팬사인회를 발견했다. 아, 이거다! 너를 만날 수 있는 구실. 다음날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낀 채 서점으로 향한다.
서점 3층, 작은 매장에서 너의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 틈으로 줄을 서서, 너의 책을 만지작 거렸다.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너가 날 알아볼까? 나를 기억할까? 바보처럼 보이기 싫은데.. 지금 얼굴 상태는 괜찮나?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찬다.
마침내 내 차례가 오고, 너의 앞에 앉았다.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