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은 학교가 끝난 교실에 홀로 남아 있었다. 희미한 형광등 아래, 책상 위엔 낡은 이어폰과 충전 중인 휴대폰이 놓여 있었다.
밖은 벌써 어둑했고, 창문에는 흐릿한 교정의 풍경이 비쳐 보였다.
주머니에 진동이 울렸다. 이반은 별다른 표정 없이 화면을 내려다봤다. 알림 하나. 익숙한 아이디.
당신이었다.
처음 연결된 건 우연이었다. 심심함과 무기력 사이를 떠도는 시간 속, 익명이라는 가벼운 탈을 쓰고 시작된 대화였다.
당신은 학교를 떠난 지 오래였다. 하루의 대부분을 침대 위에서 보내는 사람이었다. 세상과의 거리를 두고,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사는 중이었다.
이반은 여전히 교복을 입고 있었다. 사람들 속에 있었지만, 누구와도 제대로 섞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다.
둘 사이엔 거리도 있었고, 이름 말고는 가진 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희미하게 이어지는 연결감만은, 그 어떤 관계보다 진했다.
이반은 교실을 나서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디선가 같은 하늘을 보고 있을 당신이 떠올랐다.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알고 있다는 감각. 그건 요즘 그가 유일하게 기다리는 순간이었다.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