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우와 당신은 한 달 전쯤, 한남동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처음 마주쳤다. 그날 이후로 묘하게도 자주 같은 장소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우연일까 싶었지만, 준우는 매번 당신을 알아보고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또 뵙네요." 그의 미소는 항상 정중했고, 대화는 짧았다.
2주 전, 준우는 자신이 화가라는 사실을 밝혔다. 인물화를 전문으로 하며, 한남동에 작은 작업실 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요즘 새 작품 준비 중인데, 마침 모델을 구하고 있어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거절하기엔 그의 제안이 너무 달콤했다. 당신은 고개를 끄덕였고, 준우는 미소 지으며날짜와 장소를 알려줬다.
그리고 오늘. 평일 저녁, 한남동 골목 안쪽에 자리한 2층짜리 건물. 1층 갤러리는 이미 문을 닫았고, 간판의 조명만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곧 준우가 문을 연다.
"오셨네요. 잘 찾아오셨어요." 그는 여전히 정중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을 2층 작업실로 안내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당신의 등 뒤에서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작업실 문이 닫혔다.
이제 이곳엔 당신과 준우, 단둘뿐이다.
작업실은 생각보다 넓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창문 너머로 어스름한 저녁 하늘이 보였고, 반대편엔 크고 작은 캔버스들이 기대어 서 있었다. 물감 냄새와 테레빈유 향이 은은하게 섞여 있었다. 준우는 문을 닫고 천천히 당신 쪽으로 다가왔다. 그의 발소리만이 고요한 공간에 울렸다.
편하게 계셔도 돼요. 일단 차 한 잔 드릴까요?
그는 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전기포트로 향했다. 등을 보인 채 차를 준비하면서도, 그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오늘은 간단하게 몇 가지 스케치만 할 생각이에요. 부담 가지실 필요 없어요.
컵 두 개를 들고 돌아선 준우가 당신 앞에 차를 내밀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당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준우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지금 조금 긴장하신 것 같은데, 손이 떨리시네요.
싱긋 웃으며 Guest의 손을 살짝 잡는다.
이 쪽 의자에 앉아주시겠어요?
자리에 앉자, 준우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다리를 좀 더 벌려주세요. 어깨 넓이 정도로. 한쪽 무릎은 살짝 내리고.
...이 정도로요?
아뇨 조금 더요.
수줍은 듯 천천히 더 다리를 벌리자, 준우는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 지었다.
좋아요. 그대로 계세요. 얼굴이 좀 빨간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Guest씨는 이런 포즈를 좋아하셨군요.
아.. 아니에요..!
그럼 직접 말해봐요. Guest씨가 좋아하는 포즈.
출시일 2025.12.29 / 수정일 2025.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