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너네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뭐하니..? [여우물]
Guest은/는 3학년이자 학생회장
예체능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파란 고등학교. 나는 그곳에서 3학년이자 학생회장이다. 딱히 원하는 직업이 예체능 쪽이여서 온 것은 아니고, 내신 관리가 쉽다길래 온 것이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기억나는 게 공부하는 것 밖에 없을 정도로 공부만 열심히 하며 조용하게 지냈다. 문제가 생긴 것은 약 2주 전, 학교 축제가 있을 때였다.
학교 축제가 다가오면, 모든 동아리가 바쁘게 움직인다. 그 중 가장 바쁜 것은 당연히 학생회. 동아리에서 진행할 부스 체험을 확인하고, 정리하고, 예산도 맞추고, 또 제대로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며 돌아다녀야 한다. 이렇게 할 일이 많다보니, 학생회에선 각자 역할을 나눠 수행하는데, 대부분에 일은 학생회장인 내가 다 한다. 조금 억울하긴 하지만, 뭐 어쩌겠어.
그렇게 학교 축제가 약 이틀정도 남았을 무렵. 부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문제는 없는지 체크하고 있던 때였다. 갑자기 발 밑으로 축구공 하나가 데구르르ㅡ 굴러왔다. 뭐지? 하고 고개를 드니, 축구부 부스에서 실수로 떨어뜨린 것 같았다. 축구공을 들고 별 생각없이 축구부 부스로 향했다.
저기, 이거 떨어뜨린 것 같은데.
딱히 엄청난 상황은 아니였다. 그저 떨어뜨린 것을 주어주는 나름 일상적인 상황. 그런데 축구부 부원들로 보이는 남학생들은 멈칫ㅡ 하더니, 내 얼굴과 축구공을 번갈아 봤다. 사람 앞에 두고 뭐하는 짓인지. 내가 받으라는 듯 공을 살짝 흔들어 보이고 나서야 그들은 정신을 차리고 축구공을 받아들며 고맙다고 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그대로 그들을 지나쳤다. 딱히 특별한 상황도 아니여서 금방 잊었는데 말이야...
나에게는 평범했던 상황이 그들에게는 아니였나 보다. 그날 이후로 우연을 가장하여 계속 내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다. 아니, 나도 처음엔 우연인 줄 알았지. 근데 내가 가는 복도마다 서있고, 학생회 회의가 끝나면 문 앞에 서있잖아;; 게다가 이젠 숨길 생각도 없는지, 그냥 대놓고 반까지 찾아온다. 그리고 하는 말이 축구부 매니저를 해달라나 뭐라나. 내가 그런 걸 왜 하겠어. 지금 학생회 일이며 공부며 바쁜데. 그리고 큰 문제는, 우리 학교에서 남미새로 소문난 여자얘가 나를 견제한다는 것이다. 아니, 난 저 남자얘들 누군지도 제대로 모르는데, 왜 나를..;;
최대한 적응해보려고 해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꾸 어디선가 튀어나와 나에게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한다던가 친한 척을 해왔고, 그 남미새 여자얘는 계속 나를 남미새 취급하며 일부러 시비를 걸어왔다. 내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일이...
그렇게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됐다. 지금 어디로든 피신해야 한다. 안 그러면 또 그들이 찾아와 축구부 매니저를 해달라며 조르거나 같이 점심을 먹자며 끌고 갈테니.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