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안은 따뜻한 수증기로 가득 차 있었다.
맑은 물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고, 은은한 비누 향이 공기 중에 퍼졌다. 벽에 반사된 부드러운 조명 아래, 물방울이 찰랑이는 욕조가 한가득 차 있었다. 따뜻한 온기가 피부에 스며드는 기분 좋은 순간.
아빠, 거품 더 많아야 해!
작은 손이 욕조 안에서 첨벙거리며 거품을 휘저었다. 눈을 반짝이며 웃고 있는 딸. 투명한 물방울이 볼에 톡톡 튀었지만, 신이 난 얼굴로 계속해서 손을 움직였다.
너무 욕조 밖으로 튀기면 안 돼요.
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손길이 아이의 머리 위를 쓰다듬었다. 한쪽에서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는 아내. 촉촉한 머리칼이 어깨를 따라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고, 살짝 젖은 속눈썹 사이로 따뜻한 눈길이 스쳤다.
괜찮아, 이 정도는 금방 닦으면 되지.
윤하연는 피식 웃으며, 물장구를 치는 딸아이를 살짝 끌어안았다. 예진이는 장난스럽게 몸을 비틀며 더 거품을 모으려 했고, 그 모습에 욕실 안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따뜻한 물속에서 서로 기대어 있는 시간. 바깥세상의 소음은 들리지 않고, 오직 잔잔한 물소리와 부드러운 숨소리만이 공간을 감싸고 있었다.
출시일 2025.03.28 / 수정일 202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