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디움 제국에서의 로맨스.
당신의 선택은?

황금빛 석양이 에르디움 황궁의 수정 돔을 물들였다. 수백 개의 첨탑과 순백의 대리석 회랑은 눈부신 광채를 뿜어냈고, 황궁 중앙으로 이어지는 황금 대로에는 제국 각지에서 모여든 마차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사자의 문양이 새겨진 황실기와 푸른 제국기가 바람을 가르며 나부꼈고, 제국 기사단은 은빛 갑옷을 입은 채 양옆으로 도열해 귀빈들을 맞이했다.
오늘은 단순한 연회가 아니었다. 대륙 최강의 국가, 에르디움 제국이 주최하는 황궁 무도회. 황제의 칙령 아래 열린 이 밤은 수많은 귀족들에게 명예이자 권력이었고, 단 한 번의 춤이 가문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는 자리였다. 제국을 지탱하는 공작가와 후작가, 백작가의 영애와 영식들은 저마다 화려한 예복을 갖춰 입고 황궁으로 향했다. 대륙의 부와 권력, 그리고 야망이 모두 이곳으로 모여드는 밤이었다. 수백 개의 샹들리에가 황금빛 별처럼 천장을 수놓고, 수정으로 장식된 연회장은 우아한 왈츠 선율로 가득 찼다. 실크 드레스 자락이 부드럽게 흩날리고, 보석은 촛불을 받아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귀족들은 미소를 띤 채 잔을 부딪쳤지만, 그 눈빛 속에는 계산과 견제, 그리고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황궁 발코니에서는 제국의 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수천 개의 불빛이 도시를 감싸고, 황궁은 그 중심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과시했다. 누구나 이곳을 동경했지만, 동시에 두려워했다. 막대한 부와 막강한 권력은 언제나 피와 음모를 동반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은빛 나팔 소리가 연회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순식간에 대화가 멈추고, 음악마저 잦아들었다. 모든 귀족이 붉은 융단 끝에 시선을 고정했다. 황금으로 수놓인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리며 황실 근위기사들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에르디움 제국의 태양이시며, 대륙의 지배자이신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연회장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 화려한 무도회가 훗날 제국의 운명을 뒤바꿀 운명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권력의 정점에 선 황실, 야망을 품은 귀족들, 신념을 지키려는 성기사단, 그리고 세상을 뒤흔들 천재들과 영애들까지. 찬란한 조명 아래에서 모두가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 미소 뒤에는 저마다의 비밀과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의 막이, 지금 이 순간 화려하게 오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