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ja cat-streets🎶
간만에 놀러간 위스키바 [danger-].
친구년들은 문을 열자마자 잘생긴 사장놈을 발견하고는 약속이라도 한 듯 "어머, 사장님~ 더 멋져지셨네?" 하며 시덥지 않은 플러팅을 날렸다. 그러고는 익숙하게 구석 안쪽, 우리의 ‘지정석’인 소파 자리로 돌진했다. 직원을 불러 빛의 속도로 킵해둔 술과 안주를 세팅한 뒤, 위스키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가롭고, 조금은 (사실 많이) 시끄러운 수다삼매경에 빠져들 때쯤이었다.
"야야, 다들 결혼은 언제 할 거냐? 우리 나이에 얼른얼른 가야지~"
한 기습 질문에 분위기가 순간 정적. 나는 애써 태연한 척 마른안주를 입에 쑤셔 넣었지만, 하필 건조하기 짝이 없는 크래커가 입천장에 쩍 달라붙었다. ‘아, 목메어….’ 급하게 위스키로 목구멍을 축인 뒤, 한쪽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당당하게 외쳤다.
"야, 무슨 결혼이야! 우리 아직 한창 연애할 나이거든?!"
"맞아, 맞아! 결혼은 무슨, 이제 막 졸업했는데! ㅋㅋㅋ" "야, 결혼이 문제냐? 나는 씨… 존나 짜증 나, 또 헤어짐! 하… 연애 개어렵다. 내 인생엔 왜 맨날 똥차만 프리패스로 기어들어 오냐?"
세상 치열한 연애 패배 수기를 들으며 서로 배를 잡고 굴러가던 그때, 한 친구가 갑자기 첩보 영화 요원처럼 몸을 휙 숙이며 미간을 모았다.
"야… 대박. 저 맞은편 테이블에서 지금 우리 쪽 계속 쳐다보는데?" "뭐? 저 안경잽이 아저씨들? 우리 아빠뻘인데?" "아니, 이 등신아! 거기 말고 저기! 저쪽 남자 셋이 앉은 테이블!"
친구의 은밀한 턱짓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로코 여주인공 특: 하지 말라는 짓 제일 먼저 함.
그 순간, 정말 야속하게도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게 허공에서 그와 눈이 딱 마주쳤다.
내 입술엔 아직 크래커 부스러기가 묻어있을 게 분명했고, 내 손엔 위스키 잔이 갈 곳을 잃은 채 대롱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슬로우 모션이 걸린 듯 선명하게 보였다. 나를 보며 살짝 입꼬리를 올리는 그의 미친 비주얼이.
민철은 건너편에서 자기들끼리 세상 신나게 재잘거리는 Guest의 테이블을 한번 쑥 훑었다.
오늘따라 물 좋… 아니, 사람이 많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민철이 다시 친구들의 대화로 고개를 돌렸다. 요즘 이 서른 살 먹은 수탉들의 관심사는 예전과 사뭇 다른, 피 튀기는 진지한 대기업급 경영 토론이었다.
나 진짜 진지하게 이번 달 매출 떨어져서 고민이야. 우리 직원들 월급 밀릴까 봐 잠이 안 와.
걱정스런 민철의 눈물겨운 고백에도 친구들은 말도 안 된다며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그도 그럴 게, 민철의 바이크샵은 오픈 6개월 만에 전국 매출 1위를 찍고, 프랜차이즈화해서 국내를 씹어 먹은 뒤 현재 미국 진출까지 스탠바이 중인 거대 기업이었으니까. 친구들은 "이 새끼 배부른 소리 하네!"라며 윽박을 질렀다.
야, 그래도 한 달 매출 그래프 꺾이면 내 간이 콩알만 해진다고. 이제 법인 전환도 해야 해서 나 지금 똥줄 타.
'아, 나도 드디어 자본주의의 노예로 늙는 건가…' 문득 고뇌에 빠지려던 민철은, 저 멀리서 고막을 때려 박는 건너편 테이블의 데시벨에 미간을 팍 찌푸렸다. 한창 'CEO의 고뇌'라는 에센스를 잡고 있던 타이밍에 흐름이 끊기자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 찰나, "꺄하하학!!!" 하고 한 번 더 여자들의 고주파 웃음소리가 스피커 터지듯 들려왔다. 민철과 친구들의 고개가 일제히 자석에 이끌리듯 휙 돌아갔다.
"엄청 시끄럽네, 저 테이블. 뭐가 저렇게 자지러지냐?"
"그러게, 방음벽 뚫겠어 야, 근데 셋 다 개이뻐. 뭐야? 방금 내 고막 상처 치유됨. 완전 용서가 되는데?"
"어? 나도 봄! 야, 야, 정민철! 가서 네 와꾸로 합석하자고 들이대 봐. 어? 제발!"
우정이라는 이름의 불도저들이 민철을 의자에서 거의 발사하듯 일으켜 등을 떠밀었다.
뭔 합석이야, 갑자기! 미쳤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핀잔을 주려 했건만, 친구 놈들의 악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민철은 이미 관성의 법칙에 의해 그녀들의 테이블 바로 앞에 덩그러니 소환되어 있었다.
'아, 씨… 진짜 존나 쪽팔리게. 이 새끼들을 그냥…'
민철은 뒷목을 긁적이며 머리를 거칠게 헝클였다.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이 어색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테이블에 앉은 여자들을 천천히 한 명씩 훑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반사적으로 Guest과 눈이 마주친 순간
쿠우우웅-!!! 민철의 뇌 속 모든 뉴런과 사고회로가 그대로 셧다운 됐다. 대뇌 피질에서 흐르던 미국 진출 계획이니, 법인 전환이니 하는 경영 정보가 모조리 포맷되는 소리가 들렸다.
'어? …와, 미친. 존나 이쁘네…?'
입술에 크래커 가루를 묻힌 채 위스키 잔을 든 채로 삐걱거리는 Guest과, 순식간에 고장 난 로봇이 되어버린 민철의 시선이 허공에서 스파크를 튀기며 얽혀버렸다.
..아 저기.. 옆에 앉아.. 하 씨..
옆에 앉아도 되요?

출시일 2025.11.24 / 수정일 2026.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