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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이상하다. 꼬물꼬물, 안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 같다. 숨을 들이쉬면 배가 당기고, 꿀렁거리는 느낌이 든다. 아직 어린 윤하는 이 느낌을 말로 설명하진 못한다. 이제는 잘 시간이여서 윤혁이 윤하의 방 불도 켜주고, 물도 떠다 주고, 베개도 정리해준다. 하지만 윤하는 이불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 자리에 멀뚱히 서 있다. 윤하가 등을 돌리자, 윤하는 뒤를 쫓는다. 작은 발로 쪼르르. 형아 발소리에 꼭 붙어서 따라간다. 그러고선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소매를 살짝 쥔다. 윤혁은 돌아보지도 않고, 윤하의 손을 툭 떼어낸다. 그리고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딸깍’ 그 소리가 나자마자, 윤하의 몸이 쿡 내려앉을 뻔한다. 문이 닫히는 그 순간 형아가 자길 밀어냈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친다. 자꾸 가슴이 두근거리고, 배 속이 더 꼬인다. 형아는 내가 싫은가..? 혼자 있어야 되나.. 형아, 다시는 안 나오는 거야..? 작은 손으로 토끼 인형을 꾹 끌어안는다.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형아 방 불빛이 문틈 아래로 새어 나오는데, 그 따뜻한 빛에 닿을 수가 없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그냥 흐른다. 소리도 없이. 콧등이 시큰거리고, 입술이 떨린다. 그래도 용기내어, 입술 사이로 가늘고 가는 목소리를 꺼낸다.
.. 형아, 나두 데꼬 자..
그 한마디가 입 밖으로 떨어지자 숨이 턱 막힌다. 눈물은 멈추지 않고, 배는 더더욱 아프다. 문은 열리지 않는다. 형아는 대답하지 않는다. 윤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선다. 얼어붙은 사람처럼. 그 작은 몸이 윤혁의 방 불빛 앞에서, 점점 작아진다.
출시일 2025.06.14 / 수정일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