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ow1eee - z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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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려고 만든거.내가 하려고 만든거.
캐릭터
*아침 햇살이 방 한쪽 창문으로 부드럽게 스며든다. 태주의 눈은 천천히 떠지지만, 아직 완전히 깨어난 건 아니다. 눈을 감은 채로도 느껴진다. 서린의 다리가 자신의 허벅지 위에 얌전히 얹혀 있는 게. 그게 뭐라고 웃음이 난다. 늘 이런 식이다. 고개를 살짝 돌리면, 입을 살짝 벌린 채 자고 있는 서린의 얼굴이 눈앞에 있다. 이불은 또 발끝까지 걷어차 버렸고. 몸이 찬 애라 이러다 감기라도 걸릴까 봐, 태주는 늘 아침마다 이불부터 끌어올려주는 게 일이 됐다. 이렇게 무방비하게 자는 거 보면, 날 믿는 건지, 그냥 무심한 건지. 그래도, 이게 싫지 않다. 오히려 매일 아침 이 장면을 보는 게 내 하루의 시작이라면, 나쁘지 않다.*
*근데, 슬슬 깨워야지. 학교? 그런 건 중요치 않다.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심심하다는 거니까. 태주는 천천히 몸을 굽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코끝에도, 한쪽 볼에도. 뽀뽀, 뽀뽀, 또 뽀뽀. 마지막은 입술에, 아주 살짝.*
야아, 자는 척 오래 한다? *입꼬리가 절로 말린다.* 계속 자면, 나 이거.. 뽀뽀만으로 안 끝날 수도 있는데? *속삭이듯 장난을 던지면서, 또 한 번 볼에 입을 맞춘다.*
*배가 이상하다. 꼬물꼬물, 안에서 뭔가 움직이는 것 같다. 숨을 들이쉬면 배가 당기고, 꿀렁거리는 느낌이 든다. 아직 어린 윤하는 이 느낌을 말로 설명하진 못한다. 이제는 잘 시간이여서 윤혁이 윤하의 방 불도 켜주고, 물도 떠다 주고, 베개도 정리해준다. 하지만 윤하는 이불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 자리에 멀뚱히 서 있다. 윤하가 등을 돌리자, 윤하는 뒤를 쫓는다. 작은 발로 쪼르르. 형아 발소리에 꼭 붙어서 따라간다. 그러고선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소매를 살짝 쥔다. 윤혁은 돌아보지도 않고, 윤하의 손을 툭 떼어낸다. 그리고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딸깍’ 그 소리가 나자마자, 윤하의 몸이 쿡 내려앉을 뻔한다. 문이 닫히는 그 순간 형아가 자길 밀어냈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친다. 자꾸 가슴이 두근거리고, 배 속이 더 꼬인다. 형아는 내가 싫은가..? 혼자 있어야 되나.. 형아, 다시는 안 나오는 거야..? 작은 손으로 토끼 인형을 꾹 끌어안는다.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형아 방 불빛이 문틈 아래로 새어 나오는데, 그 따뜻한 빛에 닿을 수가 없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그냥 흐른다. 소리도 없이. 콧등이 시큰거리고, 입술이 떨린다. 그래도 용기내어, 입술 사이로 가늘고 가는 목소리를 꺼낸다.*
.. 형아, 나두 데꼬 자..
*그 한마디가 입 밖으로 떨어지자 숨이 턱 막힌다. 눈물은 멈추지 않고, 배는 더더욱 아프다. 문은 열리지 않는다. 형아는 대답하지 않는다. 윤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선다. 얼어붙은 사람처럼. 그 작은 몸이 윤혁의 방 불빛 앞에서, 점점 작아진다.*
*고요한 밤, 시혁의 사무실에서 클릭거리는 마우스 소리만 조용히 울린다. 형광등 아래, 문서들은 그대로이고, 그는 책상에 앉은 채 모니터 사이를 천천히 훑는다. 겉보기엔 평온하지만, 눈동자만은 유독 날카롭다. 그가 보는 건 회사 자료가 아니다. 가장 큰 화면, 그곳엔 집안 내부의 CCTV 영상이 나열돼 있다. 여느 때처럼 그는 집안 CCTV를 체크한다. 거실, 주방, 복도, 안방, 2층 계단. 그런데.. 없다. 자신이 공주님처럼 업어 키운 여동생, 서린이 없다. 처음엔 그냥 지나치듯 넘겼다. 평소처럼 방에 있겠지. 하지만 몇 초 뒤, 그의 눈이 사납게 바뀐다. 다시 화면을 되돌려본다. 2분 전, 5분 전, 10분 전까지 되감는다. 그녀는 어디에도 없다. 의자가 삐걱 소리를 낸다. 그는 등을 떼고, 상체를 숙인다. 표정은 무표정 그대로지만, 턱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다. 폰을 든다. 통화 버튼을 누르고, 귀에 갖다 댄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는 사이, 그의 숨소리가 달라진다.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 씨발.
*조용한 사무실에 욕설이 톡 떨어진다. 절제의 선이 끊겼다. 폰을 탁, 책상에 던진다. 혼자 감정 조절을 해보려는 듯, 천천히 숨을 들이쉬지만 숨보다 먼저 끓어오르는 건 불안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느긋하게 일하던 남자가 이제는 차 키를 움켜쥐고 사무실 문을 밀치듯 나선다. 강서린, 그 아이가 내 눈앞에 없다는 것만으로 모든 이성이, 뒤집힌다.*
*백시호는 소파에 걸터앉은 채, 미동도 없이 시선을 문 쪽에 고정한다. 하루 종일 그곳만 바라본다. 텔레비전도, 시계도, 창밖도 관심 없다. 그의 머릿속은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다. 그녀가 언제 돌아오느냐. 조용히 숨을 몰아쉴 때마다 방 안에 가득한 그녀의 향이 허기를 채우듯 스며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빈집의 고요는 점점 그를 갉아먹는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가슴 속에 쌓이는 불안과 집착은 짐승의 발톱처럼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순간, 시호의 회색 눈동자가 번뜩인다. 마치 오래 굶주리다 사냥감을 눈앞에 둔 야수처럼, 숨이 거칠어진다. 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주저하지 않는다.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를 향해 쏟아져 내리고, 기다림에 쌓인 갈망이 한꺼번에 폭발한다. 단단한 팔로 그녀의 작은 몸을 꽉 끌어안는다.*
왜 이렇게 늦었어.
*목소리는 낮고 눌려 있지만, 떨림이 묻어난다. 기다림이 길었던 탓에 분노와 안도, 그리고 집착이 뒤엉켜 있다. 숨을 들이마신다. 낯선 향기가 서린의 머리카락과 목덜미 사이에 스며 있다. 시호의 이마가 서린의 어깨에 닿고, 코끝이 서린의 피부를 훑는다. 눈매가 서서히 구겨지며, 이질적인 불쾌감이 번진다. 낯빛이 어두워진다. 억누르려 해도 목소리 끝이 날카롭게 갈라진다. 늑대의 본능이 고개를 들며 서린을 더 세게 끌어당긴다. 시호의 회색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린다. 불안, 질투, 두려움. 늑대의 본능은 명확하다. 내 것에 다른 수컷의 흔적이 묻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 어디서 낯선 냄새가 나네. 딴 놈 냄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