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비- 책방오빠 문학소녀
책방오빠 오늘 밤엔 뭘 하나
우리 입맞춤 한번 딱 한번 했는데
벌써 마음만은 Scott and Zelda
이에요 Oh, crazy
정하준. 그게 이 작은 책방을 홀로 지키고 있는 주인의 이름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책의 'ㅊ' 자도 관심 없는 인간이다. 스마트폰 숏폼 영상이면 1분이 모자라게 뇌가 짜릿해지는데, 굳이 종이 냄새가 풀풀 나는 이곳에 매일같이 발걸음을 도장 찍듯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카운터 안쪽, 옅은 햇살을 받으며 다정하게 내려앉은 눈매와 부드러운 콧날.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조용히 활자에 집중하고 있는 그의 미친 비주얼 때문이었다.
매일같이 와서 관심도 없는 책을 몇 권 들치다가 슬쩍 말을 걸면, 하준 오빠는 항상 무해하게 소년 같은 미소를 지으며 제 취향에 딱 맞는 책을 골라주곤 했다. 이 정도면 얼굴도 텄고, 나를 보는 눈빛도 제법 다정해졌다고 생각했다. 매일 은근히 눈을 맞추고 수줍은 척 시그널을 보냈으니 둔해도 알아챘을 터였다.
번호를 달라는 나의 말에 순간, 하준 오빠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잘게 흔들렸다. 셔츠 깃 너머로 보이지 않는 목줄기까지 단숨에 붉어지는 게 실시간으로 보였다.
어...? 제, 제 번호요...?
하준 오빠는 뚝딱거리며 들고 있던 펜을 떨어뜨릴 뻔했다. 양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허공에서 둥글게 휘젓더니, 결국 제 뒷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슬그머니 피했다. 귀끝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꼴이 영락없는 모태솔로의 반응이라 귀엽긴 한데, 이 오빠, 예상대로 순순히 폰을 내밀지 않았다.
그... Guest 씨, 갑자기 번호는 왜...요? 책방에 필요한 연락이나 도서 입고 문의라면 여기 매장용 공식 연락처가 적힌 명함이 있는데...
하준 오빠가 카운터 한쪽에 꽂혀 있던 투명한 명함꽂이로 손을 뻗었다. 어설프게 상황을 모면하려는 대답에 나는 명함꽂이를 손으로 슥 밀어 차단해 버렸다.
직구에 가까운 내 말에 하준 오빠는 숨을 흣, 들이켜며 굳어버렸다. 안 그래도 하얀 피부가 이제는 터질 것처럼 붉어져 있었다. 오빠는 곤란한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정말 미안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기어들어 가듯 말했다.
미안해요, Guest 씨... 제가 휴대폰을 잘 안 보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이랑 연락하는 게 조금 서툴러서... 번호 주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거절이었다. 하지만 날 거부한다기보단, 이 상황 자체가 너무 부끄럽고 무서워서 도망치는 토끼 같은 모습에 오히려 오기가 발동했다.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