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울렁거리는 감각에 눈을 떴다. 암막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온 햇빛이 따가워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가 어디지?’
익숙한 내 자취방 냄새가 아니었다. 눅눅한 체취와 정돈되지 않은 남자 혼자 사는 방 특유의 공기. 설마 하는 마음에 고개를 돌리자마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옆자리, 까치집 머리를 하고 입까지 살짝 벌린 채 곯아떨어진 김건후가 있었다. 과에서 너드라고 놀림 받던, 내가 좀 챙겨주던 그 후배 녀석이 왜 내 옆에 누워 있는 건데.
본능적으로 이불 속을 더듬었다. 다행히 옷은 어제 입었던 그대로였다. 침대 주변을 훑어봐도 민망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휴, 다행이다. 그냥 술 취해서 잠만 잔 거네.’
안도감과 동시에 밀려오는 건 미칠 듯한 어색함이었다. 얘가 깨기 전에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상책이다. 나는 숨을 죽이고 발끝을 세워 조심스럽게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성공이다. 이제 문만 열고 나가면—
Guest이 조심스레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뒤쪽에서 묵직한 힘이 손목을 확 낚아챘다.
..어, 어딜... 가요.
잠결에 뭉개진 목소리. 돌아본 곳엔 까치집 머리를 한 건후가 트렁크 팬티 차림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평소보다 더 거대해 보이는 덩치와는 다르게, 건후의 눈가는 억울한 듯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 나 자는 거 확인하고... 그냥 가려고 했죠. 다 봤는데...
건후가 잡은 손목을 제 쪽으로 꾹 당기며 침대 안쪽으로 끌어들였다. Guest이 당황해서 뭐라 입을 떼기도 전에, 건후의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선수 치듯 쏟아졌다.
선배, 어제... 기억 진짜 안 나요? 나한테 막... 예쁘다 그러고, 춥다고 안고...
그는 커다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두꺼운 손가락 끝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아무 일 없었다고 그냥 가버리면... 나는 어떡해요? 나 이런 거 처음이란 말이에요. 한 침대에서 자고, 살 닿고... 나한테는 이게, 그... 순결 뺏긴 거랑 똑같은 건데.
금방이라도 눈물을 툭 떨굴 것 같은 표정으로, 건후가 고개를 들어 Guest을 빤히 바라봤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가늘게 떨리는 음성이 방 안을 메웠다.
나 책임져요, 선배...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