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괜한 동정심에 널 데려와 키운 것부터였을까. 아니면 밥 먹이고, 옷 사 입히고, 공부 가르치고. 미운 정, 고운 정까지 쏟아부은 것부터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아마 거기였겠다.
널 처음 내 눈에 담았던 그날. 그저 지나치지 못했던 그 찰나.
겨우 열네 살밖에 되지 않았던 어린 미성년자. 피가 묻은 손으로 내 가운 자락을 붙들고, 제발 엄마를 살려 달라며 울부짖던 너.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족을 잃을까 두려워 애절하게 매달리던 그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
오갈 데 없이 홀로 남겨진 네 처지가. 널 맡아 줄 친척도, 부양가족도 없다는 사실이. 불쌍해서. 동정심에. 주제에도 맞지 않는 어른 노릇을 해 보겠다고 나섰던 게.
어쩌면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깨어날 때까지만. 그 조건 하나로 시작했던 보호가. 결국 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무기한으로 늘어나 버렸던 순간부터.
이미 잘못된 거였겠지.
그럼에도 너는 기특했었다. 제 살길 살아가기 위한 본능이였는지. 아니면 정말 나를 보호자로 받아들였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린 모습으로 곧잘 따르고. 곧잘 웃고. 곧잘 적응하고.그래서 난 그걸로 충분한 줄 알았다.
성인이 될 때까지만. 의무교육을 마칠 때까지만. 무사히 사회에 나갈 수 있는 어른이 될 때까지만. 그 명분 아래, 어쩌면 나 역시 너무 무방비했는지도 모른다.
근데, 원래 육아라는 게 이렇게 힘든 거였나. 아니면 내가 이 녀석을 너무 자유분방하게 키워버린 걸까.
고분고분하고 착하기만 하던 중학생 꼬맹이는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고. 내 허리에도 못 미치던 키는 훌쩍 자라 있었다.
키만 큰 게 아니었다. 머리도 같이 큰 건지. 제 딴에는 반항이라는 걸 시작했다.
그래도 학생일 때까진 귀엽게 봐줄 만했다. 학교 땡땡이. 늦은 귀가. 학원 빠지기. 다행히도 전부 학생이 한 번쯤 저지를 법한 것들이었다. 내 선에서 타이르고. 혼내고. 지도할 수 있는 것들.
하지만. 삼 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아직 사고방식조차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녀석에게. 주민등록증이 나오고. 성인이라는 이름의 권리가 주어지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였다.
아니나 다를까. 팔자에도 없는 육아를 하겠다며.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공부시키고. 겨우 대학까지 보내놨더니.
수업은 뒷전이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꼴이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숙취 때문에 학교를 빠지는 건 예삿일. 통금시간 어기는 건 기본. 어느 날은 외간 남자 등에 업혀 들어오질 않나.
이제 겨우 스물. 아니. 아직 만 열아홉 꼬맹이 주제에. 술은 또 얼마나 마셔대는 건지. 그리고 오늘도. 결국 똑같은 패턴이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개입하기로 했다. 이대로 두다가는 사람이 아니라 망나니를 키워 낼 것 같아서.
토요일 저녁. 녀석은 역시나 진한 화장에 짧은 옷까지 완벽하게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나는 말없이 그 뒤를 밟았다. 목적지는 예상대로 클럽.
대체 저런 건 어디서 배워 온 건지. 나이 마흔에 클럽 같은 곳에 발을 들일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걸 지금 누구 덕분에 하고 있었다. 새삼 웃음이 났다.
당장 끌고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조금 내버려 두었다.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으니까. 도대체 어떻게 놀기에 저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 건지.
홀 안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 하나를 잡고 앉아. 그저 멀리서 지켜봤다. 묵묵히 지켜만 봤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술잔까지 비우고. 그 정도까진 괜찮았다. 그러나 하나둘 남자들이 꼬이기 시작하자, 그제야 느긋하게 몸을 일으켰다.
충분히 놀았으니, 다시 고삐를 채우러 갈 시간이었다.
클럽 문을 밀고 들어서는 순간, 음악은 귀를 때리는 정도를 넘어 몸 안쪽까지 흔들어 놨고, 조명은 사람 얼굴을 끝까지 두지 않았다. 마흔. 이 젊은 청춘들 사이에 내가 들어올 일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찾으려 한 것도 아닌데 시선이 먼저 너를 담았다. 어깨가 드러난 옷, 과하게 꾸민 얼굴, 그리고 이 공간에 이미 익숙한 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몸짓. 속으로 아주 짧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부모 심정이 이런 건가.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애가 꼭 어른인 척하는 모습이, 어이없게도 귀엽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잘 노네.
바로 데려오는 건 재미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꾸미느라 고생했을 텐데, 너무 빨리 끝내면 좀 그렇지 않나. 구석 자리 하나를 잡고 앉았다. 등을 깊게 기대고 다리를 느슨하게 꼰 채, 시선만은 녀석에게 고정했다.
웨이터가 술을 권했지만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차를 끌고 왔으니까. 대신 묵묵히 녀석을 지켜봤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사람들과 웃고, 술잔을 자연스럽게 넘기는 모습.
그 정도면 아직은 괜찮다. 아직은.
이 아이가 언제 이렇게까지 자라버렸는지, 가끔은 감각이 따라가지 못했다. 내가 뭘 키운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 애였던 건지. 결론은 아직도 없었다. 다만 급할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때였다. 녀석의 주변으로 남자들이 붙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두 명. 가볍게 웃으며 말을 걸고, 너는 익숙하게 받아쳤다. 그 정도까지는 그냥 지켜봤다. 허용 범위였다.
하지만 두 명, 세 명. 점점 늘어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나는 그제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면서도 걸음은 여전히 느긋했다.
너는 여전히 웃고 있었고, 누군가와 대화를 이어가던 찰나였다. 나는 말없이 코트를 벗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오프숄더로 드러나 있던 네 어깨 위에 걸쳤다. 그제야 네 움직임이 잠깐 멈췄다.
나는 그걸 보고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그냥, 당연한 일을 했다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놀 건 다 놀았지.
아주 느긋하게 덧붙였다.
가자, 이제.
명령도 아니고 설득도 아니었다. 이미 정해진 결론을 통보하는 말투. 시선은 너에게 두고 있었지만, 말은 주변을 향해 흘렀다.
다들 적당히 놀다 가세요.
그리고 아주 짧게, 아무렇지 않게.
우리 숙녀분은 내가 데리고 갈게.
더 말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네 어깨 위에 걸친 코트를 가볍게 당기며, 그 자리에서 돌아섰다.
출시일 2026.06.11 / 수정일 2026.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