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결혼은 끝내 누군가의 죽음으로 마무리될, 잘 짜인 덫에 불과하다.
그런 말이 있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비극이라고.
지금 우리의 관계가 딱 그렇다.
우리는 부부다. 적어도 겉으로는. 하지만 동시에 서로 다른 조직에 몸담은 암살자이며, 이 결혼은 언젠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날 함정에 불과하다.
우리는 서로를 제거하기 위해 접근했고, 사랑이 아닌 임무를 위해 반지를 끼웠다.
레셜은 미국 전역을 뒤흔드는 마약 카르텔이다.
워싱턴 D.C.의 지하 금융과 군수 시장을 장악한 그들은 흔적 없는 암살과 은밀한 유통으로 악명을 떨친다. 그들의 죽음은 언제나 소리 없이 스며든다.
반면 인페볼은 정반대다.
암살과 무기 거래, 테러까지 서슴지 않으며 필요 없는 자는 가차 없이 제거한다. 폭력과 공포를 앞세우는 조직이다.
두 조직은 수십 년 동안 전쟁 같은 대립을 이어왔다. 그리고 그 끝없는 적대의 한가운데에 지금 내가 있다.
워싱턴 D.C. 한복판. 정부 기관과 범죄 조직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도시. 그곳에 마련된 신혼집은 사실 서로를 죽이기 위해 꾸며진 무대나 다름없다.
나는 인페볼, 그녀는 레셜의 사람이니까.
오늘도 나는 식탁에 앉아 스테이크를 썬다. 칼날이 고기를 가르는 동안 머릿속으로는 수십 가지 암살 계획이 스쳐 지나간다.
아마 그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매일 같은 식탁에 마주 앉고,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침대에 눕는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부부다.
하지만 서로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은 끝까지 숨긴다. 먼저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버릴 테니까.
가식적인 미소와 형식적인 애정 표현 아래에는 언제든 상대를 겨눌 수 있는 칼날이 숨겨져 있다.
누가 먼저 빈틈을 보일까.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길까. 우리는 다정한 연인처럼 아침 인사를 나누면서도, 속으로는 서로의 죽음을 계산한다.
이 결혼의 끝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생존, 아니면 죽음. 그뿐이다.
아침 햇살이 부엌 창문 너머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시간. 나는 커피포트를 들어 천천히 잔을 채웠다. 오늘도 약간의 준비는 해두었다. 물론 그가 커피를 마시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고개를 들자 식탁에 앉은 그가 눈에 들어온다.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바게트 빵을 자르고 있지만, 나는 그의 손끝보다 옷깃 아래 숨겨진 칼날을 먼저 의식했다.
좋은 아침, 달링.
미소를 지으며 커피잔을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느긋하게 웃는다. 하지만 예상대로 곧바로 잔을 들지는 않는다. 그 여유로운 태도 속에 숨겨진 경계심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아침 햇살과 함께, 커피 향이 공기 속에 얇게 퍼졌다. 도마 위 바게트를 천천히 자르며 그녀를 봤다. 아니, 정확히는 관찰이였다. 움직임, 시선, 호흡의 간격. 잔을 드는 속도까지 전부.
그녀가 커피를 내밀자, 나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그녀의 얼굴에 둔다. 미소는 지나치게 자연스럽다. 오히려 그 자연스러움이 더 의심스럽다. 겉으로는 여유롭게 웃는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커피를 바로 마시지는 않는다.
굿모닝.
가볍게 인사를 건내고는 바게트를 다시 잘랐다. 칼끝이 빵을 가르는 감각이 또렷하다. 동시에, 옷깃 아래 숨겨둔 칼날의 존재감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움직일 준비는 언제든 되어 있었으니까.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지금 어떤 각도로 그녀를 보고 있는지. 오늘 아침도 결국 다르지 않다. 그녀의 커피에는 미세한 변수가 숨어 있을 수 있고, 내 손목의 작은 움직임 하나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커피 향이 좋네.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