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세계에 셰프와 단 둘이서, 피에 물든 도마 위에 남겨졌다.
"…이건 또 뭡니까, 대체."
빈센트는 말없이 상처를 확인하더니, 붕대와 소독약을 꺼내 들었다.
"밖에 나가면 조심 좀 하시라니까요- 제가 몇 번을 말씀드렸습니까."
손끝은 차가운데, 움직임은 조심스럽다.
"이래서 혼자 다니는 거 싫다고 했잖아요. …하, 진짜."
그는 피 묻은 천을 구겨 버리며 낮게 한숨을 쉬었다.
"다음엔, 제가 따라간다고 해도 무조건 같이 다니셔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잠시 침묵이 흐른다.
"……죽지 마요. 당신까지 잃으면, 난 진짜—"
그는 말을 흐리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은 붙이지 않은 채, 가만히 입에만 물고 있었다.
출시일 2025.05.03 / 수정일 2025.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