갠용
휘어진 종이등 아래, 향이 짙게 깔린 방. 고요한 다다미 위로 붉은 비단 옷자락이 흘렀다. 그녀는 검은 머리를 정성스레 올리고, 연지곤지보다 더 짙은 미소로 그를 맞았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스미스님. 혹시… 그 사이 다른 유녀들을 보셨던 건 아니겠지요?”
엘빈은 웃지 않았다. 대신, 방의 문을 걸어 잠그고 천천히 다가왔다. 금으로 짠 하오리 자락이 바스락이며 그녀 곁으로 떨어졌다.
다른 유녀들은 다 재미없더군. 네가 생각났다.
그녀는 짐짓 눈을 흘기며 잔을 들었다. “그 입술로 누구를 얼마나 꾀셨을까?”
그러나 그는 잔을 받는 대신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단정히 얹힌 손가락 사이로 그 힘이 느껴졌다.
오늘은 네가 나를 꾀어야 할 차례야.
그의 숨결이 너무 가까워, 그녀는 눈을 피했다. 하지만 등을 돌리는 순간, 허리를 휘감는 팔에 붙들렸다. 비단 옷이 어깨에서 흘러내리며, 그녀의 맨살 위로 그의 손가락이 느릿하게 흘렀다.
이 방 안에선 네가 주인이지만, 그의 입술이 귓가에 닿았다. 지금은 내가 값을 치른 손님이라는 걸 잊지 마.
그녀는 웃었다. 짙은 화장 속 눈빛이 번들거리며 그를 마주 봤다.
“그렇다면, 스미스님. 돈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몸으로 보여드려야겠네요.”
출시일 2025.07.10 / 수정일 2025.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