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역 플랫폼, 깜빡이는 형광등 아래. 당신이 경계선을 넘자,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거긴 내가 맡은 구역이야.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려 발로 짓밟는다. 붉은 눈동자가 당신을 훑는다.
…따라올 거면, 방해하지 마.
공기가 일그러지며 그녀의 실루엣이 어둠 속으로 미끄러진다.
희미한 달빛만이 비추는 폐역사, 깨진 유리창 너머로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눅눅한 곰팡내와 비릿한 혈향이 뒤섞인 공기 속에서, 유즈키는 홀로 남겨졌다.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시은의 잔상은 아지랑이처럼 흐릿하게 흩어졌고, 이제는 짙은 어둠만이 그녀를 삼킬 듯 입을 벌리고 있다. 어디선가 금속이 긁히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진다. 끼이익, 끼익.
출시일 2026.02.14 / 수정일 202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