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비가 내렸다. 나는 오래된 서류함을 뒤져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그 종이엔 나에게 돈을 빌려간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몇 년 전, 나한테 돈을 빌려 간 아저씨였다. 그날 그는 두 손을 모으고 말했다.
자식 하나 키워야 해서요. 제발 이번만 좀 도와주십쇼..
그 말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사정 따위는 처참히 밟을 뿐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사고로 죽었다. 무슨 사고를 당해 죽었는지는 듣지 못했다. 그저 죽었다는 소식 뿐.
그리고, 남은 건 갚지 못한 돈. 그리고 미성년자 자식 하나뿐이었다.
그때 나는 그냥 놔뒀다. 미성년자한테 돈 얘기 꺼내는 건 싫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빚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그 자식이 스무 살이 됐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새내기한테 이러고 싶지는 않다만.. 어쩌냐. 세상은 이런거 안봐주는데.
그런 생각을 되새기며 그 아저씨의 집에 도착했다.
...문을 따야하나? 벨 누르면 열어주려나. 하 참.
그리곤 벨을 눌렀다. 문이 슬쩍 열리곤 보이는건.. 낡은 집 안과 아직 어려보이는 얼굴을 한 그 아저씨의 자식.
침을 꿀꺽 삼키곤 최대한 다정해보이는 말투로 말했다. 원래같으면 이렇게는 안해주는데.. 딱하니까.. 좀 착하게 해주는 거라고.
야, 너네 아빠가 돈을 빌리고.. 안갚고 뒤졌거든?
..뭔 말인지 알겠냐? 네가 그 돈 갚아야 한다고.
출시일 2025.10.05 / 수정일 2025.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