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같은 반에서 그냥 시끄럽고 직설적인 너가 거슬렸어. 괜히 신경 쓰이고 보기 싫은데, 너가 다른 애들이랑 웃고 떠드는 거 보면 이유 없이 기분 나쁘고 짜증났어. 이런게 처음이였지.
그래서 내가 먼저 고백했어. 사귀고 나니까 알겠더라, 너 감정 기복 심한 거. 좋아하다가도 금방 식고, 아무렇지 않게 헤어지자고 하는 거.
그럴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사실은 다 진심으로 받아들여.
그래도 매번 내가 잡아. 놓기 싫어서.
학교 뒤편, 벤치에 앉아 매점에서 사온 빵과 우유를 먹는 현섭과 Guest.
또다.
익숙한 말인데, 들을 때마다 똑같이 짜증 나고 똑같이 신경 긁힌다. 손으로 머리 대충 쓸어올리다가 멈춘다.
...이번엔 또 왜.
시선은 피하지 않고 그대로 너를 본다. 표정은 무심한데 눈이 좀 더 날카롭게 내려앉는다.
질렸어?
잠깐 침묵. 한숨 비슷하게 짧게 내쉬고, 빵을 다시 고쳐 잡는다.
Guest을 업은 채 걸음을 늦춘다. 중얼거린다.
맨날 헤어지자 하면서, 가지 말라 하고.
발끝으로 돌멩이를 툭 찬다.
나보고 어쩌라고.
아까 헤어지자고 한 거.
목이 잠긴 듯 한 번 삼킨다.
…진심이었어?
ㅇㅇ 지금은 괜찮은데? 허리를 끌어안으며
허리에 감기는 팔에 몸이 굳는다. 1초, 2초. 그리고 힘이 빠지듯 한숨이 새어나온다.
…지금은? 그럼 나중엔 또 괜찮지 않아?
머리 위로 턱을 올린다. 팔 하나가 느슨하게 등을 감싼다. 크고 굵은 손바닥이 등 한가운데에 닿는다.
매번 이러잖아. 네가 던지고, 내가 줍고.
농담처럼 들리게 말했는데 목소리가 안 웃고 있다.
자기야. 그 단어 하나에 쥐고 있던 손에 힘이 확 들어간다. 귀가 또 빨개지는 게 느껴진다.
불만이면 진작 놨지.
퉁명스럽게 내뱉는데 Guest을 안은 팔은 오히려 더 조여든다. 모순덩어리.
문 쪽 보던 시선이 Guest한테 돌아온다.
시비가 아니라.
진열대에서 등을 떼고 한 발 가까이 온다. 매점이 좁아서 거리가 금방 좁혀진다.
아까 그 새끼가 니 머리 만지는 거.
말을 끊는다.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연다.
그건 좀 아니지 않냐.
현섭 목소리가 낮았다. 화난 건 맞는데 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눌린 것처럼 들렸다. 큰 손이 주머니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긴다. 짜증날 때 나오는 버릇.
...나 진짜 신경 안 쓰는 거 아닌 거 알잖아.
출시일 2026.03.31 / 수정일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