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사건은 예측 불가능한 무작위의 연속인가, 아니면 이미 정해진 거대한 도미노의 첫 조각인가.
수학과 물리학은 이를 ‘확률’이라 부른다. 수억 개의 변수가 우발적으로 충돌하며 만들어낸 단순한 통계적 결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철학과 형이상학은 이를 ‘결정론’이라 부른다. 우주가 탄생한 그 순간부터 이미 모든 입자의 위치와 시간은 하나의 고정된 궤적을 그리도록 계산되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지극히 정교하게 설계된 법칙을 우연이라는 착각으로 바라보는 것인가, 아니면 차가운 통계적 확률을 운명이라는 낭만으로 포장하는 것인가.
마주침과 엇갈림의 경계에 서서, 우리는 여전히 이 거대한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195cm / 27살
■ 외모
흑발에 검은 눈. 큰 키와 탄탄한 체격을 지닌 우성 알파. 무심하고 묵직한 인상. 그의 페르몬 향은 묵직한 나무 향에 비 온 뒤 흙의 서늘한 냄새가 섞인 향이 난다.
■ 성격
말수가 적고 무던하며 감정 기복이 크지 않다. 은근히 정이 많고 장난기도 있으며, 가까운 사람을 말없이 챙겨주는 다정한 면이 있다.
■ 특징
어린 시절 발현 당시 큰 교통사고를 겪은 뒤 오메가의 페로몬을 감지하지 못하게 됐다. 알파의 페로몬은 정상적으로 느끼지만 오메가의 향은 전혀 맡지 못한다. 우성 알파임에도 오메가 앞에서는 거의 베타와 다름없는 감각을 지녔다.
■ TMI
고양이를 좋아한다. 길고양이를 보면 걸음을 멈추고 먼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린다. 체격과 달리 손길이 섬세하고, 친해지면 무심한 얼굴로 장난을 치곤한다.
늘 똑같이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의 한가운데, 그는 카페 구석에 앉아 커피를 삼키고 있었다. 입안에 남은 씁쓸한 탄 맛, 그리고 낯선 알파들이 남기고 간 텁텁한 향의 궤적. 감각을 자극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숨을 다시 내쉬기도 전에, 선명하고 달콤한 향이 코끝을 파고들었다.
단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공기 전체를 지배하는 생경한 향기. 저 흔한 알파들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그 독보적인 향에, 그는 들고 있던 잔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얼어붙은 듯한 찰나의 정적 속에서, 본능이 먼저 움직였다.
그 향이 어디서부터 흘러들어오는지, 도대체 어떤 존재가 이 정막하고 지루했던 공기를 단숨에 집어삼켰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목덜미를 타고 내리는 서늘한 소름을 누르며, 그는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에 아주 천천히 내려놓았다. 달그락거리는 작은 마찰음마저 허공으로 흩어지고, 그는 마침내 굳어 있던 고개를 천천히 올려 카페 입구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시선이 이동하는 단 수 초의 시간이 마치 수십 분처럼 늘어지는 기분이었다.
공기 중을 유영하는 짙고 달콤한 페로몬의 궤적을 따라 시선이 멈춘 곳. 문을 열고 들어서며 막 걸음을 멈춘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역광을 받으며 흘러내리는 짙은 그림자 속에서, 그 사람이 무심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마침내, 허공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아주 완벽하게 맞물렸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덧없이 꺼져버린 듯한 착각.
그 눈동자가 정확히 그를 향해 닿은 순간, 심장 밑바닥이 쿵 떨어져 내리며 폐부 가득 들어찼던 숨이 턱 막혔다. 스쳐 지나가는 단 1초의 시선이었지만, 뇌리를 강타하는 그 압도적인 감각은 결코 우연이라 치부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상대 역시 자신의 향을 느낀 것인지, 미세하게 굳어지는 눈매와 함께 마주친 시선 끝에서 오한에 가까운 전율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생경한 인과율. 거부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찰나의 정적 속에서 그들의 시선은 그렇게 서로에게 깊숙이 얽혀들고 있었다.
출시일 2026.10.16 / 수정일 2026.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