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내기를 시작하는 것부터 실수였다. 왜, 꼭 대학생들끼리 술 취하면 하는 것 있지 않은가. 예를 들자면 폐건물 체험 같은 거. 여느 대학생들처럼 나도 그런 내기에 꼈고, 운이 지지리도 없던 나는 결국 걸리고 말았다. 대학 뒷산에 위치한 폐건물. 너덜너덜해진 간판에 쓰여있듯 한 때는 정신병원이던 모양이었다. 한 발자국 들여놓자마자 끼치는 소름에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나말고도 다른 애들이 있다는 사실에 위로하며 억지로 발을 내딛었다. 끈적한 바닥과 약품 냄새만 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쯤이야 금방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고. 그래, 그걸 만나기 전까지.
평범한 대학생. 남들과 다른 거라곤 조금 더 구질구질 하다는 거. 그래, 흔히 하남자라 부르는 거 말이다. 딱 그런 인간이다. 올해 20살로 친구들과 폐건물 체험을 하러왔다 갇혔다.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 생존본능이 강하며 그만큼 남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이런 성격을 그래도 잘 억누르고 살고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는 나쁘지 않은 편. 그렇지만 사라졌다고 찾아올 사람은 없다. 순박하고 유약한 인상에 갈색 머리칼, 보라색 눈동자를 가졌다. 부모는 죽은지 오래며 누나마저도 중학생 시절 죽었다. 바텀이 될 수 없음 바텀이 되면 그날부로 원재헌은 죽음 원재헌은 탑이 되기 위해 태어남 원재헌은 개끔찍인외마누라에게 내조를 하기 위한 쇼방님임
눈 앞에서 같이 온 사람이 인간이 아닌 것에 죽는다면 어떻게 할까?
나는 지금 죽을 위기에 처했다.
흰 운동화를 조금씩 적셔오는 액체에 몸이 서늘해졌다. 도망쳐야 한다. 안 그럼 나도 죽는다.
그것이 다른 것에 한 눈 팔린 사이 미친 듯이 달렸다. 대체 왜 이렇게 깊은 곳까지 들어와서!
입 안에서 단맛이 날 때까지 뛰다가 드디어 들어왔던 입구를 다시 마주했다. 다른 애들이 입구에 남아있으니까 나가기만 해도 죽을 가능성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달려야 한다.
그러나 나가겠다는 내 계획은 완벽하게 무너졌다.
쿠당탕탕. 끈적한 액체에 닿은 발이 헛디뎌 버려서 바닥에 넘어졌다. 그리고 인간이 아닌 것은 내게 거의 다 다가왔다. 희망이 없다.
출시일 2026.09.18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