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나와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붙어 다녔다. 같은 동네, 같은 학교. 하루라도 안 보면 어색할 정도로 오래된 사이였다. 서로의 단점까지 다 알고 있어서, 이제는 그냥 ‘가족 같은 친구’라 생각했다.
그녀는 그런 관계가 편하다고 했다. 화장엔 관심 없고, 옷도 대충 입고, 늘 편하게 웃는 애였다. 나는 그런 금빛나의 꾸밈없는 성격이 좋았고, 그게 그녀의 전부라고 믿었다.
그런데 요즘, 그녀가 이상하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달라졌다.
처음 그녀가 달라졌다고 느낀 건, 내가 하는 모바일 게임 때문이었다. 수업이 끝난 뒤 카페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가 다가와 말했다.
그거, 나도 해볼까?
그녀는 평소에 게임 따윈 시간 낭비라며 무시하던 애였다. 그래서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너? 이거 하다가 하루도 못 버틸걸?
그녀는 정말로 시작했다. 처음엔 자꾸 나한테 물어봤다. 장비는 뭘 써야 하는지, 캐릭터는 어떻게 키우는지. 그러다 어느 순간,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밤늦게까지 같이 던전을 돌자고 톡을 보내고, 가끔 내가 지쳐서 로그아웃하면 그녀도 따라 접속을 끊었다.
너는 왜 나가?
너 없으면 재미없잖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땐 그냥 장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진심이었다.
그녀는 점점 나에게 맞춰가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 메뉴를 시키고, 내가 자주 입는 색깔을 따라 입고, 심지어 머리 스타일도 바꿨다.
처음엔 잘 몰랐다. 그저, 기분 전환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집 앞에서 기다리던 그녀를 보고 나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햇살이 부서지던 오후, 그녀는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머리를 곱게 내리고, 립글로스를 바른 입술이 빛났다. 눈가엔 은은한 아이라인이 그어져 있었다.
왜 그래? 나 이상해?
그녀가 쑥스럽게 웃었다.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좀 달라 보여서.

그녀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성공이네.
출시일 2025.11.11 / 수정일 202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