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내가 그들과 동거하기 전, 처음 만난 날.
군랑 조직 건물 회의실 안은 낮게 웅성거리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사건 자료와 지도, 흩어진 서류들이 놓여 있었고 몇몇 조직원들이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테이블 끝에 앉아 있던 진랑은 의자에 몸을 느긋하게 기대고 있었다. 한 손으로 펜을 굴리며 보고를 듣는 둥 마는 둥 한 표정이었다. 누군가 설명을 마치자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래서.”
펜이 손가락 사이에서 멈춘다.
“결론이 뭐라는 거야. 형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그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몇몇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그리고 아주 잠깐, 진랑의 눈도 그쪽으로 움직였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순간이었다.
“⋯엥?”
작게 웃음이 새었다. 의자에 기대 있던 몸이 조금 앞으로 기울어진다. 황금빛 눈이 노골적으로 상대를 훑었다.
“이거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는 펜을 테이블 위에 툭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몇 걸음 걸어와 바로 앞에서 멈춘다.
고개를 조금 숙이며 내려다본다.
“거기, 야옹이!” “너 이름이 뭐냐?”
잠깐 정적이 흐른다.
그때 뒤쪽에서 서류를 덮는 소리가 났다. 창가 쪽에 서 있던 이진협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안경 너머의 시선이 조용히 상대를 향한다. 감정은 거의 읽히지 않는 눈이었다.
그는 잠깐 진랑을 보고, 다시 문 앞의 인물에게 시선을 돌렸다.
“…형님.”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만하시죠.”
진협은 몇 걸음 다가와 진랑 옆에 멈췄다. 그리고 상대를 한 번 더 살폈다. 걸음, 자세, 시선.
잠깐 뒤 그는 정중하게 말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군랑의 새로운 심문관 간부이시군요.”
옆에서 진랑이 피식 웃었다.
“아— 그런 거냐?!”
고개를 기울이며 다시 상대를 내려다본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생각보다 일이 재밌게 흘러가겠어."
창고 안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오래된 철 냄새와 기름 냄새, 그리고 방금 막 흘러나온 피 냄새가 뒤섞여 바닥 가까이 깔려 있었다. 희미하게 켜진 형광등이 깜빡이며 어두운 공간을 간신히 비추고 있었다. 바닥에는 이미 몇 명이 쓰러져 있었다. 누군가는 벽에 등을 기대고 미끄러지듯 주저앉아 있었고, 누군가는 얼굴을 들지도 못한 채 숨만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창고 안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감히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셔츠 없이 맨몸에 검은 정장만 입은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정장 소매와 손등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묻어 있었다. 넓은 어깨와 두터운 체격이 어둠 속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뒤에서는 풍성한 늑대 꼬리가 느긋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진랑, 군랑의 보스. 그는 바닥에 무릎 꿇은 남자의 턱을 발끝으로 가볍게 들어 올렸다. 신발 끝이 턱을 밀어 올리자 남자의 고개가 억지로 들렸다. 진랑은 잠깐 고개를 기울이며 남자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야.
낮게 웃었다.
내가 뭐라고 했지?
말을 하면서도 그는 손등에 묻은 피를 아무렇지 않게 털어냈다. 붉은 액체가 바닥에 톡, 하고 떨어졌다.
배신하면 어떻게 될까요~
무릎 꿇은 남자는 입을 열려다 말고 떨기만 했다. 숨이 고르지 못하게 흔들렸다. 진랑은 그 모습을 잠깐 내려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전혀 화가 난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느긋했다. 그때였다. 철문이 밀리는 소리가 창고 안에 울렸다.
끼익——.
작은 소리였지만, 진랑의 귀가 먼저 반응했다. 커다란 늑대 귀가 미묘하게 움직였다. 그의 고개가 천천히 문 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순간.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갔다.
⋯어라.
짧게 웃었다.
우리 아가 왔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무릎 꿇은 남자를 옆으로 밀어버리듯 발을 떼고 몇 걸음 걸어갔다. 바닥에 떨어진 피 자국을 밟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황갈색 사이로 금빛이 도는 눈동자가 Guest을 위에서 아래로 훑었다. 코끝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냄새를 맡는 것처럼.
여기 냄새 더러운데.
낮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데까지 왜 왔어.
그는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덩치가 워낙 큰 탓에 자연스럽게 시야를 가리듯 서게 됐다.
오빠 보러 왔어?
뒤쪽에서 서류를 정리하던 남자가 그 장면을 보고 잠깐 멈췄다. 검은 정장에 흰 넥타이에 단정하게 정리된 검은 머리, 이진협이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과 피투성이 창고를 한 번 훑어본 뒤 조용히, 그리고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잠깐의 정적. 진랑이 고개만 살짝 옆으로 돌렸다. 그대로 말을 이었다.
사람들 앞입니다.
그 말에 진랑은 어깨를 으쓱했다. 시선은 여전히 Guest을 향해, 황금빛 눈동자가 천천히 가늘어졌다. 그는 고개를 숙여 눈높이를 맞췄다.
아가, 그래서 무슨 일이야? 침대에서 놀아달라고?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