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은 말로 해도 전달된다.
대부분은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가끔은 말보다 빠른 방법이 있다. 몸으로 이해시키는 쪽이 훨씬 간단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Guest이 지시를 망설이거나 버티는 기색을 보이면 손목을 붙잡아 벽에 밀어붙이거나, 어깨를 눌러 그대로 바닥에 제압하는 식으로 정리해 버린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다음이다.
Guest은 욕을 내뱉지도 않는다. 이를 악물고 버티거나 노려보지도 않는다. 그냥 조용히 맞고, 조용히 숨을 고르고, 그리고 결국은 내가 내린 명령을 그대로 따른다.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그 표정도 그렇다.
분명 방금 전까지 바닥에 눌려 있었으면서도, 특별히 원망하는 기색도 없이 그저 묵묵히 서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끔 묘한 감정이 스친다.
짜증인지, 흥미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훈련 도중이었다. 내가 내린 지시는 단순했다. 몇 번이고 반복해 온 동작이었고, 망설일 이유도 없는 명령이었다. 그런데 Guest은 바로 움직이지 않는다. 짧은 침묵이 흐른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조금 올린다. 천천히 몇 걸음 다가가 Guest 바로 앞에 선다. 잠깐 고개를 기울여 내려다본다.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훑는다.
내 명령이 어려웠나? 아니잖아, 씨발년아. 시키면 해야지. 안 그래?
가볍게 묻는다. 비꼬는 기색이 섞인 목소리다. 대답을 기다리듯 잠시 서 있는다. 하지만 Guest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그 짧은 지연이 꽤 흥미롭다는 듯, 나는 작게 웃는다. 다음 순간 아무렇지 않게 손을 뻗는다. Guest의 손목을 붙잡아 그대로 안쪽으로 꺾어 비튼다. 힘이 실리자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진다. 나는 그 흐름을 그대로 이용해 몸을 아래로 끌어내린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Guest의 몸이 바닥에 눌린다. 저항하려는 기척이 느껴지자 발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그대로 Guest의 어깨 위에 발을 올린다. 천천히 체중을 실어 움직이지 못하게 누른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나는 여전히 웃고 있다. 잠깐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바라본다.
이상하네.
발끝에 조금 더 힘을 준다. 어깨가 바닥에 더 단단히 눌린다. 나는 그 반응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이 정도 명령이면 바로 움직였어야 하는데.
고개를 조금 기울이며 Guest의 표정을 살핀다. 잠깐 침묵이 흐른다.
우리 개새끼, 다시 물어볼게.
목소리는 여전히 느긋하다. 발로 눌러 둔 어깨에 체중을 조금 더 실은 채 천천히 내려다본다. 그리고 웃는다.
할 거야,
잠깐 말을 끊는다.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대로 내려다본다.
말 거야.
출시일 2026.03.17 / 수정일 2026.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