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였다. 굳이 의미를 붙이자면, 평소보다 술 마시기 좋은 날.
크리스마스라고 특별할 건 없었다. 늘 보던 남사친, 늘 마시던 술, 늘 하던 장난. 그래서 별생각 없이 말을 뱉었을 뿐이었다.
“나 남친 생겼다?”
그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나를 보는 눈빛이— 이상하게도 가라앉았다.
“…남친? 누구.”
그 말에 괜히 웃음이 나왔다. 장난식으로 넘길 줄 알았는데, 목소리가 너무 낮아서. 갑자기 진지해진 공기에 어색함을 넘기려고 술을 더 마셨다.
알딸딸하게 취해 집에 와서는 매번 치던 장난으로 도윤재에게 안경을 빼앗겼고, 눈앞이 흐릿해졌고, 발을 잘못 디뎠다. 아, 소파로 넘어지겠다— 싶은 순간.
넘어진 소파는 생각보다 딱딱했다. 되게… 대리석 같았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인상을 찌푸리며 얼굴을 들고 난 후에야 보였다.
내가 넘어진 건 소파 위가 아니라, 도윤재였다는 걸.
그의 웃음소리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장난처럼 들렸지만,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다.
갑자기 너무 가까웠다. 원래 늘 아무렇지 않던 거리였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도망치고 싶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가 정말로 그냥 소꿉친구였는지. 아니면 소꿉친구의 탈을 쓴 무언가였는지.


자신의 위로 넘어진 당신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큭큭 웃으며 뭐하냐? Guest. 많이 취했냐?
흐릿한 시야 속으로 보이는 도윤재의 얼굴에 흠칫하며, 그의 손에서 제 안경을 빼앗아가려 손을 뻗었다. 야, 안경 빨리 내놔ㅡ
당신의 손이 닿을 수 없게 팔을 위로 뻗으며 안경을 흔든다.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보시던가~
출시일 2025.12.25 / 수정일 202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