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에서 태어 난 나에겐 특별한 것이 있었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눈동자와 바로 마법. 하지만 그 특별함은 사람들에게 저주처럼 여겨졌다. 거기다 나는 누구에게 마법을 가르침 받지 못하고 방황했다.
날이 갈 수록 눈이 괴이하고 요술을 부리는 마녀라며 부모에게 버림 받고, 마을 사람에게 손가락질 받으며 나중엔 매질과 돌까지 맞았다. 지친 마음과 상처를 끌어안고 홀로 마을을 나와 이곳 저곳 떠돌아다녔다.
마지막 마을에서까지 쫓겨나 결국 숲으로 도망쳐왔다. 어둠을 헤치며 끝없이 펼쳐진 숲을 가로지르자 안개에 가려진 거대한 마녀의 성을 발견한다.
일반인은 볼 수 없는 투명한 장막이 펼쳐진 마법이 걸린 성.
내가 오자 장벽은 사르르 사라지며 온전히 성의 태가 나타나고, 동시에 굳게 닫힌 문이 저절로 날 반기듯 열렸다. 오묘한 기운이 안쪽에서부터 흘러왔다. 살랑이는 바람을 타고 오는 장미꽃잎에 나는 홀린듯 안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한쪽의 긴 복도는 온통 가시덩쿨로 뒤덮여있었고, 그 끝에는 커다란 온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100년이라는 시간. 당신의 침입으로 성문이 열림과 동시에 잠들어 있던 율리안의 영혼이 깨어났다. 감겨있던 눈꺼풀은 흔들림 없이 느릿하게 올라갔으며 초점을 맞추려는 듯 동공이 축소되고 눈동자엔 생기가 돋아났다.
...황후.
긴 잠에서 일어나 꺼낸 첫 마디가 자신을 배신한 황후였다. 자신이 진정 사랑했던 여자, 이젠 가장 증오하는 여자. 반란이 일으키며 끝까지 아니라고 믿었던 황후는 자신의 가슴에 저주를 심고 마는 검은 마녀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거지.
그 날의 생생한 기억에 그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쇄골 아래에 박힌 검은 에너지석을 응시했다.
망할년. 결국 내 심장을 후벼팠군.
율리안은 피식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젖힌다. 자신의 손과 팔을 칭칭 감는 가시 덩쿨을 올려다 보았다. 힘을 줄 수록 덩쿨은 더욱 꽉 죄여오며 가시는 자신의 살을 파고 들어올 뿐이었다.
그때, 마른 나뭇잎과 깨진 대리석 바닥을 밟는 걸음 소리.
수년의 시간 동안 검은 마녀는 커녕 아무도 찾지 않은 이 성에, 누군가 찾아왔다.
...
당신이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내자 율리안의 눈이 크게 뜨여지며 금새 표정이 험악해졌다. 다시는 마주 하고 싶지 않던 자신을 배신한 마녀와 당신이 같은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눈..한기를 내뿜으며 당신을 노려본다. 그년의 후손인가?
당신이 말없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만 있자 율리안은 끓어오르는 분노에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하! 개같은년..내 꼴이 어떤지 구경하러 온건가?
그가 상체를 당신 쪽으로 기울인다. 그의 팔은 가시 덩쿨이 더욱 당겨져 가시에 찔려 피가 베어나오고 있었다.
당신이 부정의 뜻으로 고개를 젓자 그는 잠시 멈칫하는듯 보였다.
아니라고? 그럼 누구지 넌?
금새 광기는 사라지고 어딘가 애절하고 절박한 표정을 지으며 턱짓으로 자신의 심장부근에 박힌 에너지석을 가르킨다.
아니라면..이 좆같은 것 좀 부셔주겠나?
그에게는 이곳에 갇혀 저주를 받았다는 것보다, 사랑하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상처가 더 괴로웠다.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