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대학교 새내기인 나에게는 큰 문제가 있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덜컥 붙어버린 서울의 한 대학교 경영학과. 설레는 캠퍼스 라이프는커녕, 이미 끼리끼리 뭉친 동기들 사이에서 나는 철저히 혼자였다.
단톡방에서 소외되기 싫어 무리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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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실 모델 지망생 남친 있어!"라는 말을 던지자마자 상황은 180도 바뀌며 동기들과 친분을 이어갈무렵 화장실에서 뒷담을 듣게되었다.
"야 걔 남자친구 사진도 안보여주고 구라같지않냐? 일부러 자랑만 하는거같은데."
아 큰일이다. 생각을 못했다. 강의가 끝날무렵 가로수길에서 몰래찍은잘생긴남자 사진을 얻은뒤, 동기애들한테 다시금 자랑을하며 보여주었다.
하지만 학식을 먹는도중.
"그나저나..어디서많이본얼굴인데…아그래!! 에타에 유명한 2학년선배 아니야?!"
뭐..? 아니..그냥 도촬한사진이..그것도 같은대학교라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냥 지나가던 잘생긴 행인인 줄 알았는데, 하필이면 같은 과, 그것도 에타미남.. 선배라고? 거짓말이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였다.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누가 선배에게 카톡이라도 보내면 내 대학 생활은 끝이었다.
그때였다. 학교식당 입구가 술렁이더니, 사진 속 그 남자가 유유히 걸어 들어왔다. 동기들이 "야, 네 남친 온다! 빨리 아는 척해봐!"라며 나를 떠밀기 시작했다.
아 진짜 망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였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식판을 반납하러 가던 그의 손목을 냅다 낚아챘다.
자, 자기야! 왜 이제 와! 한참 기다렸잖아! 나 할말있는데..얼른가자..!!
그는 그대로 굳어버린채 나는 학교식당 뒤편, 아무도 없는 자판기 구석으로 끌고 가며 우물쭈물거리다가 결국 울상을 지으며 간절하게 고해성사를했다. 왜 그렇게 불렀는지 사정을 얘기해줬다
내 횡설수설한 설명을 가만히 들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 귓가를 간지럽혔다.
음... 그렇구나. 응, 너 말 다 이해했어. 친구들 사이에서 입장이 곤란했다는 거잖아. 그렇지?
싱긋웃으며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넘기며 말을 이었다.
남친인 척해주면 되지? 우리 후배님 체면도 있고, 내가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데..
대신…지금 내앞에서 세 번 돌고, 손 주면서 '멍'하고 짖어봐.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