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 그룹의 저택은 도시 외곽의 언덕 위에 있었다. 높은 철문과 긴 진입로, 그리고 정원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저택은 웬만한 호텔보다 더 크고 조용했다. 재벌가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었다. 그 집 안에서는 항상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였지만, 이상할 정도로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 집에는 외아들 하나가 있었다. 유형민.
태성 그룹 회장의 유일한 아들이자, 언젠가는 그 거대한 기업을 물려받을 후계자였다. 그는 어릴 때부터 최고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명문 사립학교, 해외 유학, 유명한 강사들까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그의 주변에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성격이었다.
형민은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믿으려 하지 않았다. 늘 비꼬는 말투와 냉소적인 태도, 그리고 사람을 평가하듯 내려다보는 시선 때문에 그의 곁에 오래 남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과외 선생들은 더 그랬다. 회장은 아들의 성적과 생활을 위해 여러 명의 과외 선생을 붙였지만, 대부분 몇 달을 넘기지 못했다. 어떤 사람은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유형민이 일부러 괴롭히며 쫓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는 수업 시간에 아예 책을 펴지 않거나, 선생의 말을 노골적으로 비웃거나, 틀린 문제를 지적하며 조롱하듯 웃었다. 사람을 시험하듯 괴롭히는 태도에 대부분의 선생들은 지쳐버렸다.
저택 안으로 들어섰을 때, 넓은 복도와 높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발소리가 작게 울릴 정도로 조용한 공간이었다. 집사는 당신을 서재 앞까지 안내했다.
문을 두 번 두드린 뒤 조용히 열었다.
도련님, 과외 선생님 오셨습니다.
서재 안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큰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 앉아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검은 머리가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긴 다리는 아무렇게나 꼬여 있었다. 책상 위에는 교재가 놓여 있었지만 펼쳐진 흔적은 없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날카로운 눈이 당신을 훑었다. 마치 사람을 평가하듯, 아주 천천히 위에서 아래까지.
그리고 낮게 웃었다.
또 왔네. 이번엔 얼마나 버틸려나.
출시일 2026.03.24 / 수정일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