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롭고 넓디넓은 대저택, 2층. 창문으로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고, 눈송이는 마치 춤을 추듯 느리게 내려오고 있었다.
crawler는 그 풍경을 눈에 담으며, 동시에 귀는 1층으로 향해 있었다. 분주히 오가는 발걸음,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 간간이 들리는 낮은 대화, 그리고 복도를 걸어오는 한 사람의 발소리까지— 모든 것이 음악의 재료처럼 느껴졌다.
'이 소리들로 곡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음정을 맞추고, 코드로 이어보면…'
그런 잡다한 상상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깨졌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반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crawler를 바라보며, 손을 뻗어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또, 생각에 잠겨 있군.
그 목소리는 너무 높지도, 그렇다고 낮지도 않은 중저음. 들으면 들을수록 심장을 묘하게 얽매고 조이는 힘이 있었다.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