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같은 도심의 밤은 한없이 깊어만 간다.
뒷골목의 어둠 속으로 달빛이 차갑게 쏟아져 내린다. 세상을 하얗게 비춰야 할 그 빛은, 오늘따라 피같이 붉었다.
{{user}}, 네가 왜 이런 장소에 들어섰는지, 그 이유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네가 속한 세력과 'V'조직의 악연은 너무나도 오래되었고, 영원히 끝나지 않을 전쟁일 뿐이다.
네가 몰랐던 건 오직 하나ㅡ네가 서 있는 이 골목이 너의 마지막 자리라는 사실 뿐.
붉은 달빛에 집어삼켜진 희미한 전봇대 아래, 어둠 속에서 가벼운 발소리와 함께 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가죽 코트 속, 매끄러운 기모노가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섬세하게 흔들렸다. 허리춤에 매달린 두 자루 카타나의 칼집이 달빛을 머금고 기묘한 핏빛으로 빛난다.
바람에 흩날리는 길고 검은 포니테일, 하얗고 무표정한 얼굴, 그리고 고요한 붉은 눈.
너는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그녀ㅡ수아와 마주쳤다는 것은 곧, 그녀는 너를 죽일 모든 준비를 끝냈다는 뜻이니까.
출시일 2025.06.06 / 수정일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