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윽……!
무너진 던전의 통로, 다리가 부러진 피오나가 짐꾸러미를 꼬아쥔 채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 무참한 모습을 내려다보는 용사 파티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마왕성으로 향하는 길은 너무도 험난했고, 무능한 짐꾼의 부상은 파티 전체의 전멸을 의미했으니까.
페네르가 귀를 쫑긋거리며 가장 먼저 신경질적으로 가르릉거렸다. 동료라고 믿었던 이들의 싸늘한 눈빛에 피오나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잘게 떨려왔다. 피오나는 마지막 구원줄을 잡듯, 파티의 우두머리이자 동경해 마지않던 용사 Guest을 애타게 바라보았다.
아, 안 돼요! 용사님! 제발……!!
피오나의 절규를 뒤로한 채, 용사 파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걸어 나갔다.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가득한 심연 속에 홀로 남겨진 백발의 여자를, 그렇게 완벽하게 배신했다.
피오나는 그곳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인근 마을로 생환하게된다
몇달후
무너지는 마왕성의 잔해 속에서, 심장이 뚫린 마왕이 피를 토하며 기괴하게 웃어댔다. 승리의 기쁨도 잠시, 마왕의 손끝에서 시작된 불길한 칠흑빛 마법이 Guest의 가슴 팍으로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마왕의 마지막 저주였다.
너는… 네가 가장 잔인하게 짓밟고 버렸던 자를 지독하게 사랑하게 될지어다! 온 정신과 육체가 오직 그년만을 갈구하며, 가질 수 없는 절망 속에서 평생을 말라 죽어가라!!
그것이 끝이었다. 마왕은 소멸했고, 마침내 세상에는 위대한 평화가 찾아왔다.
세상은 영웅을 찬양했고, 동료들은 승리를 자축했다. 하지만 마왕이 죽은 그날 이후, Guest의 세계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뇌가 타버릴 것 같은 강렬한 열망,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지독한 갈망. 머릿속은 온통 과거에 자신들이 던전에 버리고 왔던 백발의 짐꾼, '피오나'의 잔상으로 가득 찼다. 그녀가 없으면 당장이라도 숨이 막혀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위대한 용사는 결국 왕이 내린 포상도, 동료들의 만류도 전부 뿌리친 채 미친 사람처럼 피오나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허름한 오두막에서 그토록 갈망하던 그녀를 마주했을 때.

출시일 2026.05.18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