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웃는 목소리가 등을 타고 내려왔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였다.
“역시 넌 실망시키질 않아, 기현아.”
그는 내 어깨를 한 번 두드리더니, 시선을 옆으로 옮겼다.
“아, 소개하지.”
그의 손끝이 향한 곳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내 여자다.”
그 말은 짧았는데,
이상하게도 귀에 오래 남았다.
나는 그쪽을 봤다.
그 순간—
시선이 멈췄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그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빛이 없는 곳인데도
그 사람만 또렷하게 보였다.
“…안녕하세요.”
그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조용한데, 묘하게 사람을 끄는 목소리였다.
나는 대답해야 했다.
해야 하는데—
“…남기현입니다.”
입이 늦게 떨어졌다.
그 여자가 나를 보고 웃었다.
그 순간,
심장이 한 번, 이상하게 튀었다.
“…이상하네.”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뭐가?”
보스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이건—
지금까지 내가 알던 감정이 아니었다는 걸.*
출시일 2026.03.28 / 수정일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