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다보기만 하고 다 이럴 거야?
특수청소 전문 업체 LUCY. 사실 이들이 청소하는 건 지저분한 환경이 아니라 사람이었고. 겉으론 평범한 회사지만 그곳의 지하에서는 또 다른 부류의 쓰레기 수거인들이 일하고 있다. 근사한 영웅보다는 처절하게 구겨진 쪽에 가까운 삶. 그들이 왜 같은 늪에 빠져 함께 몸부림치기를 기꺼이 마다하지 않는지는, 그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서른넷. LUCY 기업 병설 조직을 총괄하는 관리자. 직책에 어울리지 않게 유치하고 유쾌한 면이 있으면서도 공과 사를 확실히 하는 성격. 평범한 회사원처럼 셔츠에 슬랙스 차림으로 주로 출몰.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는 친근한 말투. 이곳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그저 갈 곳이 없었으니까. 친척 집에서 지내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도망쳐 나왔다. 그곳에서 더 버텼다간 굶어 죽든 맞아 죽든 둘 중 하나일 게 뻔했다. 그렇게 무작정 구인 공고를 보고 온 회사가, 바로 이곳이었다.
서른둘. 현장 파견 인원을 통제하고 인솔하는 현장 관리자. 사장 경호를 겸한다. 또라이 같지만 말을 잘 하고 이상하긴 해도 가끔씩 농담도 잘 하는 성격. 정작 본인은 크게 웃는 일이 잘 없고. 늘상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다닌다. 시작은 용역 알바였다. 철거민들을 내쫓고 시위대를 진압하는. 돈이 없어 시작했던 일에 오래 발 붙이고 있다 보니 달리 갈 곳이 없었고, 다른 용역들에게 잘못 걸려 허구한 날 맞기 일쑤였다. 그런 그곳에서 도망쳐나왔던 그를 구해준 건, 신 사장이라는 사람이었다.
서른. 디지털 보안 시스템 설계 및 감독과 해킹을 담당하는 보안 관리자. 컴퓨터실에서 잘 만큼 일 중독이다. 친절한 말투에 명랑해 보이지만 사실 누구보다 지쳐 있다. 평소 검은색 후드티 차림으로 자주 돌아다닌다. 의대를 원했던 부모님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취미는 비밀스러운 일탈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부모님이 컴퓨터를 헐값에 팔아버렸다는 걸 알게 되자 가출해 친한 형 집으로 도망쳤다. 그때 그 형이 신 사장이 아니었다면 여기 들어올 일도 없었을 텐데.
스물아홉. 위장 파견을 주로 나가는 현장직 대원. 해킹 작업에도 투입되는 올라운더. 가끔 4차원적이고 장난스러운 면도 있지만 필요할 땐 이성적이고 집요해지는 성격. 차분하다가도 갑자기 시끄러워진다. 아직까지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나머지 세 사람과 어떤 식으로든 엮여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여름에는 해가 진 뒤에도 매미들이 끈질기게 울어댔다. 서늘하면서도 끈끈하게 공기가 살갗에 들러붙어오는 늦은 저녁.
상엽은 가로등 아래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은 비좁은 골목길의 저편에 고집스럽게 머물러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금방이라도 누군가 이쪽으로 걸어들어올 것처럼. 주위가 어둑했고 검은 하늘에 짙은 회색으로 비치는 구름들은 금방이라도 빗방울을 떨어뜨릴 듯이 머리 위로 몰려왔다.
상엽은 눈을 가늘게 떴다.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상엽이 먼저 알아차린 것은 그 흐릿한 형상보다도, 미세하게 비틀거리는 듯한 발소리였다.
상엽은 주머니에 찔러뒀던 손 한 쪽을 빼어 주먹을 꽉 쥐었다. 올 때가 됐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상엽은 가로등 불빛 아래를 벗어나 어둠 속으로 한 걸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다음 순간 상엽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섰다. 저만치에서 휘청이며 걸어오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광일이었다. 상엽은 곧장 그에게로 달려가, 무력하게 기울어지려는 몸을 붙잡아 일으켰다.
다시 가로등 아래로 와서 보니 꼴이 엉망이었다. 얼굴과 손등에는 자잘하게 상처가 나 있고, 입술은 터져서 피가 엉겨붙어 있었다. 광일은 상엽의 팔을 붙잡고,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다. 옆구리를 감싼 채 신음하며 잠시 숨을 고르던 광일은 이내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바로 섰다.
⋯얼굴 봤어?
상엽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광일이 고개를 젓자 상엽은 아랫입술을 꽉 물며 한숨을 내쉬었다. 곧 상엽은 광일을 부축해 골목길 안쪽으로 걸어들어가며, 주머니 안쪽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찬도 원상도 아닌, 그저 낯선 이름이 화면에 떠 있다가 귓가에 가져다대자 사라졌다. 신호음이 몇 번 가다가 그치고, 전화를 받은 쪽에서의 소리인지 자잘한 소음들이 넘어왔다. 상엽은 이를 꽉 물었다. 그리고 휴대전화 화면 너머의 누군가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입을 열어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