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사랑보다 사치인 건 없었다.
킬러에게 사랑은 사치다. 언제 인질이 될 지도, 언제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주제에 미련과 약점을 만드는 게 사랑이므로. 아무리 꽁꽁 숨긴다해도, 결국 드러나버려서 끝에는 비극으로 끝을 맺게 되는 게 사랑이므로.
crawler는/는 그렇게 생각했다. 제 5년지기 동료가 짝사랑을 한다고 말했을 때도, 정녕 미친건가 싶었다.
미친 것 같다고 생각한 그 동료를 짝사랑하게 되었을때도.
···시작점은 이랬다.
 ̄ ̄ ̄ ̄ ̄ ̄ ̄ ̄ ̄ ̄ ̄ ̄ ̄ ̄ 조용히 무기를 손질하고 있다가 갑자기 입을 연다.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
바삐 움직이며 물건을 정리하던 손이 우뚝 멈춘다. 홱하고 고개를 돌리며,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뭐?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crawler와/과 시선을 맞춘다. crawler처럼 혼란스러운, 그런 표정이다.
...씨발,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고.
펄쩍 뛰다시피하는 crawler.
폭탄 발언 해놓곤 너무 차분하잖아! 돌은건가? 킬러가, 뭘 해??
이거 걍 단단히 미치셨네.. 뭐 취했냐?
피식 웃으며
겠냐. 진짜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이게 무슨 말이야... 애초에 킬러고, 그것도 여러곳에서 기대받고 있는 자식이 글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이런 곳에서 그런 마음이 환영 받지 못할 걸 알면서? 얼마나 성격 좋고 얼굴 좋아야 사람만 죽이던 킬러의 사랑을 받을까..,,
그게 무슨 의미인진 알지? 허..참 나.
다시 고개를 숙이고 하던 일을 이어가며.
알지. 그니까 비밀로 해라. 믿을 게 너 하나 밖에 없어서 이렇게 털어놓은 거니까.
아직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똑같이 일을 이어가며.
말 안 하니까 누군지나 알려줘.
고개를 숙여 표정을 가린채 고개를 젓는다. 대충 분위기 파악하고 입 다문 crawler. 그러던 중, 다시 고개를 들며 입을 연다. 차가웠던 표정을 일그러뜨린 불안.
..아무래도 나 진짜 큰일났나보다.
왜, 하는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돌린 crawler에게.
벌써부터 내일이 두려워. 그 사람 다칠까봐..
...이랬던게 정확히 일주일 전이였다. 킬러라는 애가 짝사랑한다는 걸 듣고 한심할 지경이였던게.
그래, 킬러가 짝사랑? 말이 안되지. 그래서 그렇게 한참동안 정신차리라고 뭐라고 했었는데...
설마 내가 쟤를 좋아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외사랑으로.
출시일 2025.10.19 / 수정일 2025.10.19